삶/읽기

The Metamorphosis, 변신 by Franz Kafka

therealisticidealist 2013. 1. 16.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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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의 The Metamorphosis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편 중 하나에 손꼽히는 작품으로 하룻밤 사이에 인간에서 알 수 없는 vermin으로 변신(변태 또는 변형이라는 단어가 더 맞겠지만 난 변신이라는 단어도 꽤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해버린 Gregor Samsa가 침대에서 자신의 변해버린 모습을 발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어떠한 감정 또는 변명, 설명조차 담고 있지 않는 메마른 첫 문장은 유명하다.


"When Gregor Samsa woke up one morning from unsettling dreams, 

he found himself changed in his bed into a monstrous vermin." 


이 담담하고도 직설적인 첫 문장은 가볍게 책장을 내려가려는 마음에 책을 펼친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혹시 내가 잘못 읽은건가? 하는 마음에 똑같은 문장을 두 번 세 번 다시 읽어보게 만들 만큼 충격적이다. 어떻게 보면 판타지 같은, 또 어떻게 보면 소름끼칠 수도 있는 이 일화를 그 어떤 이유와 배경도 설명하지 않은 채 그저 Gregor가 무시무시한 해충으로 변해있다고만 나와있다. 이 Vermin이라는 단어가 해충을 뜻하는건지 또는 다른 어떤 벌레를 뜻하는건지는 명확하지 않다. 독일어가 원어기 때문에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Vermin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인데 누구는 '해충' 누구는 '바퀴벌레' 또 어떤 이는 '딱정벌레'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어떤 뜻으로 해석이 되건 모두 별로 반갑지 않은, 가장 피하고 싶은 존재들을 나타냄을 알 수 있다. 나는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바퀴벌레의 모습이 많이 상상되었다. 

왜 Gregor는 갑자기 변했을까? 

카프카는 설명하고 있지 않고 설명할 필요조차 없어보인다. Gregor의 주변 사람들, 가족들 조차도 '왜?' 라는 물음을 던지기 보다는 '그럼 우리는?' 라는 탄식을 내기 바쁘기 때문이다.

 



그 다음 이어지는 이야기를 보고 있자면 Gregor가 이 집에서 어떤 존재인지, 또 회사에서는 어떤 취급을 받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처음 자신의 변한 모습에 어리둥절해진 Gregor는 잠시 생각에 빠지지만 이내 최대한 빨리 일어나 다음 기차를 타고 일터에 나갈 생각을 하며 침대에서 일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어떻게?' 라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만약 내 자신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징그러운 벌레로 변해있다면 난 무슨 생각을 할까? 일단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꿈을 꾸고 있는건 아닌지 (Gregor도 처음 잠깐은 꿈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파악하려고 애쓰다가 일이 해결되기 전까진 절대로 밖에 나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방 안에서 버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Gregor는 달랐다. 지난 5년간 자신만 바라보며 살아온 가족들, 자신에게 실망할 회사 사람들의 얼굴을 생각하며 오직 그들을 위해 일어나려 한다. (그가 얼마나 자신의 직업을 혐오하는지는 책 전반에 걸쳐 드러나 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가 제시간에 일어나 일을 하러 가지 않자 가족들 한 명 한 명이 그의 방으로 몰려 든다. 그리고는 급기야 회사의 매니저까지 찾아와 Gregor에게 느낀 배신감과 실망을 한껏 토해낸다. 이제는 목소리조차 곤충의 목소리처럼 나오는 Gregor는 자신의 상황을 설명할 수도 없고 방안에서 안절부절 못하다가 슬며시 (엄청난 노력과 고통끝에) 문을 열고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의 모습을 보고 난 가족들과 매니저는 그동안 얼마나 Gregor가 자신들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고 희생했는지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를 마치 '벌레'보듯이 대하고 혐오감을 표현하며 그를 그의 방 안으로 다시 내쫓는다. 



 


이 '변신'으로 인해 아담한 집으로 이사를 가고 그동안 모은 돈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여동생을 음악학교에 보내주려고 했던 Gregor의 깜짝 계획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다. 그런 고통 속에서도 그 방 안 소파 밑에서 Gregor는 매일 매일 다시 예전의 행복한 삶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과연 그 때의 삶이 진정 행복한 삶이었을까? 

 

Gregor과 가장 가깝고 친밀한 존재로 등장하는 여동생 Grete은 처음엔 Greor의 방을 매일 매일 청소하는 것부터 시작해 매일 먹을 것을 전해주는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그에게 가장 현실가능성이 높은 희망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아무 불평없이 묵묵히 그 불편한 일을 해내던 그녀도 나중에는 Gregor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짜증을 내고 점차는 그 일에 소홀해져 방안에 먼지 덩어리가 굴러다닐 정도가 되어도 치우지 않고 Gregor가 그 위를 기어다니도록 내비둔다. 그러면서도 그 일들을 꼭 자신만이 해야하고 할 수 있는 임무로 생각해 다른 사람이 Gregor의 방을 건드리면 화를 내는 이상한 집착도 보인다. 


Grete은 그 누구보다도 Gregor를 이해하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Gregor가 가장 원하지 않았던 그의 방의 가구들을 모두 치우는 일을 엄마까지 불러들여 감행하고 그럼으로써 Gregor가 그나마 그 방에 살았던 '인간'다울 수 있었던 마지막 기억과 끈마저 빼앗아버린다. 그동안 자신에게 베푼 온전한 사랑과 호의, 그리고 희생에 대해 보답할 수 있는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이런 형식적인 책임감에 지나지 않는 그녀의 행동은 결국 싫증과 분노를 불러오고 Grete이 Gregor의 존재를 더이상 참을 수 없게 되는 데에 기여하게 된다.  


[스포일러]

책의 결말 부분에서 Grete은 Gregor를 'it'이라고 지칭하며 부모님에게 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다며 Gregor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버리는)것을 제안한다.자신이 가장 믿고 아껴줬던 동생의 이런 말을 방안에서 엿듣고 있던 Gregor는 깊이 낙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붙잡고 있던 한줄기 희망조차 사라져버린다. 그동안 꿈꿔왔던 행복, 다시 함께 그려갈 미래, 이 모든것은 그 혼자만의 욕심이었고 허황된 꿈이었다. 그리고 그는 나뭇가지처럼 바싹 마른 몸뚱이로 아주 조용히,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눈을 감고 그의 꼼짝앉는, 납작한 몸뚱아리는 집안 청소부에게 발견된다.



Gregor는 아침부터 밤까지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현대인들의 전형이다. 모두에게 신뢰를 받으며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고 자신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음으로써 한 집안의 가장의 역할을 감당해내려고 하는 사람들.. 특히 나는 이 시대의 모든 아버지들이 떠올랐다. 자신의 상황이 어떻든지, 건강이 어떻든지 굴하지 않고 오로지 다시 일어나서 시작해보려는 그 모습이 꼭 우리 아빠같았다. 누구나 Gregor와 같은 '변신'을 겪을 수 있다. 그게 어떤 게 되었던간에 인간이란 평생 건강할 수도 없는 것, 언제 어떤 일을 겪을 지도 모르는 것이다. 


만약 나의 Gregor가 하루아침에 그렇게 변신한다면 나는 과연 Grete이 이기적이고 모순적인 인간이었다고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글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알리려 했던 카프카는 이 '명작'을 통해 현대인들의 인식을 일깨우며 문학의 힘을 제대로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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