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읽기 9

좋았던 날들의 독서 기록.

매일 바다 앞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책 한 번 읽고, 바다 한 번 보고, 커피 한 모금 마시고. 내가 너무 존경하는 진리 침례교회의 김영균 목사님께서 보내주신 책 . 위로가 정말 필요했을 그 때, 생일을 맞아 방문했던 양양 죽도해변에서 따뜻하게 위로 받은 날. 산다는 것은 상처받는 일입니다. 우리는 유한한 존재들이며 모두 상처 입은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나는 이미 깨어진 존재라는 것, 그리고 앞으로 얼마든지 깨어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로맹 가리의 . 중고책이라 표지 상태가 좋지 않다. 하지만 어떤 촬영 때문에 방문했던 카누장 배경이 한 몫 크게 한다. 로맹 가리는 각 작품들 안에서 가면을 쓰고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사실 책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때의 분위기..

삶/읽기 2020.04.04

멋진 신세계는 우리에게 구원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이번에 딱 세 번째 읽었다. 그래도 부족하다. C.S 루이스였던가. 책을 한 번만 읽어놓고 그 책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던 사람이.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좋은 책은 곱씹고 반복해서 음미할수록 깨달음이 깊어진다. 이 책은 특히 내가 더욱 아끼고 좋아하는 소설인데 헉슬리의 비유와 풍자가 보는 내내 전율과 냉소를 동시에 주기 때문이다. 20대에 읽었던 멋진 신세계에서 존은 융통성 없는 혈기왕성하며 극단적인 야만인, 버나드는 사회에 반항하는 깨어있는 문명인, 레니나는 그저 멍청하고 포동포동한 고기같은 육체를 가진 여자에 불과했다. 30대에 읽은 멋진 신세계에서 존은 구원을 간절히 바라던, 순수함 그 자체였고 버나드는 진리와 가식 사이에서 허우덕대다 결국 안락함을 위해 진리를 포기한 나약한 인간..

삶/읽기 2019.07.04

꿈에 관한 이야기들. 카프카의 ‘꿈'과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나는 꿈을 아주, 아주 많이 꾼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결코 평범하지 않은 내 상상력이 투사된 꿈, 또는 블록버스터를 방불케하는 규모와 달리의 그림에나 나올 법한 초현실적인 꿈을 꾼다. 한동안은 바다에 관한 꿈을 연속으로 꿨는데 항상 바다 안에 집, 자동차, 작은 보트 등이 가득 차 떠다니는 모습이었다. 어떤 날에는 보트 안에서 창문으로 넘실대는 파도를 보며 떨기도 하고 어떤 날엔 바닷 속에서 자동차 사이들을 헤엄쳐 다니기도 하고 어떤 날엔 평온한 바닷가 해변 모래사장에서 그 풍경을 바라보기도 한다. 바다의 색은 항상 다르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푸른색을 띄거나 무자비한 초록빛, 또는 8,90년대 미국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따뜻한 노랑 빛을 띄고 있기도 하다. 왜, 나는 바다가 나오는 꿈을 이리도 자..

삶/읽기 2019.03.23

철학으로 현대음악 읽기 by 박영욱

가끔 제목만 보고 저자나 내용도 확인하지 않은 채 책을 사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이 그 중 하나인데 인터넷으로 우연히 표지만 본 후 바로 서점에 가서 구입했다. 그리고 내용에 아주 만족해 정독하는 중이다. . 이 책은 '바흐', '리게티', '쇤베르크', '베베른', '불레즈', '스티브 라이히' 등 그 이름만으로도 음악 역사의 큼지막한 칸을 채울 수 있는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분석하는 것을 뼈대로, 제목에서 직접적으로 말하듯 철학을 이용한다.가끔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브라이언 이노나 스티브 라이히 등의 음악을 들려주는데 감상을 물었을 때 제일 많이 나오는 대답이 '무서워요'이다. 처음엔 이 대답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대체 왜 이 음악이 무섭게 들리는걸까. 왜 무섭냐고 했더니 특정한 멜로디없이 ..

삶/읽기 2019.02.13

마담 보바리 by Gustave Flaubert_책과 영화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내가 그런 작품들만 골라서 보는건지, 최근에 읽은 소설 또는 영화 속의 여주인공들 대부분은 내재되어 있는 꿈과 욕망 또는 사랑을 갈망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결론이 많았다. 연속으로 그런 내용을 접하다보니 한동안 나조차 그 트라우마에 시달릴 정도였다. 마담 보바리 역시 그다지 유쾌한 소설은 아니라는걸 미리 말해둔다. 소설은 처음 샤를 보바리Charles Bovary의 어린시절을 묘사하며 시작한다. 목소리가 너무 작아 친구들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놀림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룰을 어기지 않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그를 그렇게 키우고 만든 그의 엄마가 있다. 플로베르는 계속해서 샤를과 그의 부모의 관계, 또 그가 의사 시험에 떨어지고 다시 시험..

삶/읽기 2019.02.10

Stephen Hero, 스티븐 히어로 by James Joyce

James Joyce의 Stephen Hero는 Virginia Woolf의 Mrs Dalloway에 이어 내가 몇 번을 시도했지만 끝내 중간에 포기하고만 소설 중 하나이다. 두 작가 모두 '의식의 흐름'이라는 새로운 기법으로 유명하듯(이럴때 영문학과 출신임을 한 번 써먹어보고) 화자의 행동이나 말이 아닌 생각하는 그 흐름 전체를 따라가며 적어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여간 난해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나도 한 번 공상에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생각이 멀리까지 가버리기 때문에 그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이 이해는 되지만 내 머릿속이 아닌 남의 머릿속에 있는 흐름까지 따라가기에 -그것도 영어로 따라가기에는- 너무 벅차다. 이 책은 내가 종종 들리던 Camden Market 지하에 있는 헌책방에서 £2에..

삶/읽기 2013.04.04

The Fundamentals of Sonic Art & Sound Design

이 책은 내가 가끔 돈도 없으면서 Music 섹션 앞에 죽치고 앉아 있는 Foyles에서 책 커버와 제목만 보고 샀던 책이다. 덴마크 스트릿 쪽에 있는 Foyles는 나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런던 최고의 서점이다! 그리고 내가 사는 거의 모든 책들은 헌책방에서 사는게 아닌 이상은 90프로 모두 이곳에서 공급된다. 총 네개의 챕터로 나뉘어져 있는데 1. Origins and Development2. Artists and their Work3. Process and Practice4. Realisation and Presentation 그리고 마지막으로 Conclusion이 포함되어 있다. Chapter 1이 시작하면 친절하게도 그 시대에 중요한 음악적 업적들이 타임라인으로 쭉 정리되어 있다. 음악 역사에서..

삶/읽기 2013.01.18

The Metamorphosis, 변신 by Franz Kafka

프란츠 카프카의 The Metamorphosis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편 중 하나에 손꼽히는 작품으로 하룻밤 사이에 인간에서 알 수 없는 vermin으로 변신(변태 또는 변형이라는 단어가 더 맞겠지만 난 변신이라는 단어도 꽤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해버린 Gregor Samsa가 침대에서 자신의 변해버린 모습을 발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어떠한 감정 또는 변명, 설명조차 담고 있지 않는 메마른 첫 문장은 유명하다. "When Gregor Samsa woke up one morning from unsettling dreams, he found himself changed in his bed into a monstrous vermin." 이 담담하고도 직설적인 첫 문장은 가볍게 책장을 내려가려는 마음에 책을 ..

삶/읽기 2013.01.16

핑크 노이즈, Pink Noises Women in Electronic Music and Sound

Pink Noises by Tara Rodgers는 24명의 여성 작곡가, DJ, 즉흥연주자 또는 아티스트 등의 인터뷰를 담은 책으로 남성들이 압도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전자음악 분야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페미니즘에 대한 이슈도 다루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처음 여성 일렉트로닉 뮤지션 신장을 위해 저자가 2000년 설립한 Pinknoises.com에서 부터 시작되었고 모듈러 신스를 직접 디자인, 제작하는 뮤지션부터 남자 DJ들만의 전유물이었던 뉴욕의 유명 클럽에 입성한 DJ, 필드 레코딩과 인스톨레이션, 리서치를 중점으로 하는 작곡가들까지 일렉트로닉 음악의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주 어렸을때부터 부모님 또는 형제 자매의 영향으로 음악을 시작한 사람들, 자신이 ..

삶/읽기 2013.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