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읽기

The Fundamentals of Sonic Art & Sound Design

therealisticidealist 2013. 1. 18.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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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가끔 돈도 없으면서 Music 섹션 앞에 죽치고 앉아 있는 Foyles에서 책 커버와 제목만 보고 샀던 책이다. 덴마크 스트릿 쪽에 있는 Foyles는 나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런던 최고의 서점이다! 그리고 내가 사는 거의 모든 책들은 헌책방에서 사는게 아닌 이상은 90프로 모두 이곳에서 공급된다. 







총 네개의 챕터로 나뉘어져 있는데


1. Origins and Development

2. Artists and their Work

3. Process and Practice

4. Realisation and Presentation


그리고 마지막으로 Conclusion이 포함되어 있다. 









Chapter 1이 시작하면 친절하게도 그 시대에 중요한 음악적 업적들이 타임라인으로 쭉 정리되어 있다.  

음악 역사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비틀즈와 존 케이지.. 



그리고 첫 시작은 역시나 '노이즈'로.


'We are therefore certain that by selecting, coordinating and dominating all noises 

we will enrich men with a new and unexpected sensual pleasure'



노이즈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접근을 확고하게 다진 퓨쳐리스트 루이기 루쏠로의 'Art of Noises' 매니페스토는 유명하다. 그 당시 퓨쳐리스트들의 주장은 아름다운 선율을 가진 음악과 공장과 길에서 들려오는 소리들과의 장벽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온갖 다양하고 재미있는 소리들이 새로운 음악의 형식을 창조하는데 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당시에는 이 주장을 기술적으로 현실화 시키기 어려웠기에 이 루쏠로라는 사람은 자기가 직접 악기를 만들기까지 한다. 이 사람은 페인터였다면서 도대체 어떻게 음악분야에까지 이렇게 깊이 침투했는지. 지금은 한 분야만 뛰어나게 잘해도 범접할 수 없는 천재인데 옛날에 똑똑했던 사람들은 지금과 차원이 다른 천재다. 




Intonarumori






만약 이 때 이런 움직임이 없었다면 지금의 현대음악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을까? 

이 퓨쳐리스트 운동은 엄청나게 획기적인 기술을 가져왔다거나 새로운 가능성을 연건 아니지만 훗날 소닉 아트와 사운드 디자인의 기초가 되는 요소들의 기반을 닦아놨다. (영어 원문을 한글로 해석함) 











그리고 이렇게 여백에 유명한 아티스트들의 말을 인용해놨는데 참 멋있는 백남준씨의 말이 있어서 옮겨본다.


'I use technology in order to hate it more properly. 

I make technology look ridiculous'


'나는 기술을 더 제대로 싫어하기 위해 기술을 사용한다. 기술이 우스워보이도록 만든다'. 백남준은 내가 읽어봤던 음악, 예술 분야 책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유일한 한국인이다. 일본은 워낙 전자음악 분야가 예전부터 발전해서 많은 책에 소개되지만 한국인 아티스트가 소개되거나 말이 인용된 책은 아직까지는 한 번도 본적이 없다. 그만큼 백남준이 우리나라 예술에 미친 영향이 어마어마하다는 거다.



그리고 한 페이지를 할애해 존 케이지 John Cage를 소개하는데 존 케이지는 아마 현대음악, 전자음악 역사상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사람일 것이다. 난 처음 존 케이지를 정말 싫어했다. 특히 '4:33'(항상 4:33인지 3:44인지 헷갈렸다.) 퍼포먼스를 보고 더 싫어졌었다. 하지만 이 사람을 알면 알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이렇게 멋있을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만큼 그가 현대음악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큰 역할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존 케이지에 대해서는 다음에 제대로 따로 포스팅을 해봐야겠다.



독일인 친구가 독일에서는 너무 수많은 사람들이 다 아방가르드Avant-Garde 음악을 하기 때문에 이제는 누가 아방가르드 음악을 한다고 하면 그저 Pop 음악처럼 느껴지고 또 그렇게 들린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 아방가르드 음악이라 하면 뭔가 달라보이고 난해해 보이지만 그게 언젠가는 아이돌이 부르는 대중가요가 될 수도 있다는거다.(그럴 일은 없겠지만 예를 들어서...) 그만큼 어떤 분야에서든지 트렌드는 빠르게 바뀌고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진다. 











챕터 1 마지막에서 앰비언트 음악Ambient music 등장. 앰비언트 음악의 창시자 브라이언 이노 Brian Eno의 말 한 번 인용해주고!


'Ambient Music must be able to accommodate many levels of listening attention 

without enforcing one in particular; 

it must be as ignorable as it is interesting'



앰비언트 음악의 요점과 핵심을 아주 간단하게 잘 드러내고 있다. 앰비언트 음악은 말 그대로 'ambient: 주위의, 잔잔한(네이버 영어사전에서 빌려옴)' 이라는 뜻으로 지금 내가 있는 이 장소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말한다. 방 창문틈으로 들어오는 자동차들이 달리는 소리, 모니터 스피커로부터 조그맣게 새어나오고 있는 노이즈, 모두 앰비언트 사운드이다. 브라이언 이노가 런던 애플스토어에서 강연과 공연도 했다는데 나에겐 아직 그런 행운을 마주할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이 책은 소닉아트를 처음 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나 다른 책들은 너무 어려워서 읽다가 포기한 사람들에게 적절하다. 소닉아트에 관심이 없어도 음악이나 예술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가볍게 읽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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