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듣기

Steve Reich

therealisticidealist 2013. 2. 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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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eve Reich


Steve Reich.

Reich는 말하는 사람들마다 발음이 다 다르다. 얼마 전 봤던 다큐멘터리에서의 나레이터는 스티브 '라이쉬'라고 하고 잠깐 인터뷰를 한 브라이언 이노는 '라이크'라고 하고 한국에서는 '라이히'라고 하더라.. 도대체 뭐가 맞는건지 모르겠기에 난 그냥 영어로 쓰련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Reich는 브람스, 시벨리우스와 같은 유명한 로맨틱 작곡가들을 언급하며 


'It's simply great music that means nothing to me'


라고 말한다. 그리고 만약 그것이 음악이라는 거였다면 자신은 음악을 안했을거라고도 한다.. 

나도 한국에서는 어떤 음악이나 음악가에 대한 코멘트를 했을 때 사람들로부터 거만하다, 그럼 너가 좋아하는 것만 좋은거냐 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그때부터는 최대한 조용히 있으려고 (특히나 음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노력하는데 그 사람들이 말하길 우리나라에도 좋은 음악이 얼마나 많고 훌륭한 작곡가가 얼마나 많은데 무시하냐. 이거다. 난 그 사람들을 무시한 적이 없다. Reich가 말한 것처럼 좋은 음악이지만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뿐이다. 앞으로는 이 말을 인용하며 내 의견을 나타내야겠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Steve Reich 는 미니멀 음악의 창시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선구자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를 현대음악이라는 지도위에 눈에 띄게 올려놓은 건 바로 Tape Delay를 이용한 'It's Gonna Rain'이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않나 싶다. 이 역시도 극히 간단한 재료만 가지고 조합을 해놓은 음악인지라 미니멀음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에 맞게 Brian Eno가 또 한마디 멋진 말을 해준다.


'Your brain is actually making this piece of music because you know what the ingredients were. 

There's nothing mysterious about how the piece works.' 




어떤 이들은 이게 어떻게 음악이냐!!! 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게 음악이라고 느끼건 아니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작품이 그 아날로그 시대 60년대에 '딜레이'라는 효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가 중요하다. 

마우스 클릭 몇번으로 딜레이가 종류별로 다 되는 이 시대에 살고 있는 것에 다시 한 번 감사하게 된다.. 그만큼 사용이 편리해졌기에 이제 딜레이는 너무 남용하는 이펙트가 되어버렸다 (나에게).





밑에 영상은 Steve Reich의 Pendulum Music을 Aphex Twin이 3D로 공연한 영상이다.

Pendulum Music은 마이크 두 개를 추 처럼 매달아 놓고 그 마이크들이 바닥에 설치해놓은 앰프 위를 그네처럼 왔다갔다할 때 생기는 피드백들로 만들어지는 작품인데 언뜻 들어보면 놀이터의 녹슬은 그네에서 나는 소리랑도 비슷하고 매번 다른 조합의 피드백들이 매우 재미있다. 










요즘들어 깊이 느끼는건데 음악은 작곡가의 재능뿐만이 아니라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또한 작곡만큼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앞서 말한 'It's Gonna Rain'과 'Pendulum Music' 모두 그 어떤 음악보다도 간단한 아이디어와 모티브에서 시작했지만 그게 음악 역사의 한 페이지를 채울 음악이 되니 이보다 더 감탄할 일이 또 어디있을까. 


하지만 이를 보며 '저 사람은 저런 것만 해서 어떻게 저렇게 유명한 작곡가가 되었지? 나도 할 수 있겠다' 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마치 내가 갤러리에 갔다가 벽에 붙어 있는 점 몇개 찍어놓은 그림을 보며 '나도 저건 할 수 있는데..'라고 생각하는 것과 똑같듯이.. 하지만 그 작가가 그저 그 점 몇 개 찍은 걸로 그 갤러리에 전시를 할 수 있었을까? 분명 그런 심플하고 개념적인 작품 못지 않은 더욱 깊고 심오한 작품들이 있었기에 인정받고 그 그림이 그 벽에 걸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처럼 Steve Reich는 절대로 저렇게 아주 실험적이고 간단해 보이는 음악만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들 중 한 손가락에 꼽힐 정도면 당연히 그보다 더 큰 업적이 있기 때문일테다.

'Clapping Music', 'Drumming', 'Music for 18 Musicians', 'Piano Phase' 등등.. 그의 높이 인정받은 작품들은 수도 없이 많다. 이걸 하나하나 다 소개하고 싶지만 그러다보면 오늘 잠을 못잘것 같으므로 내가 가장 즐겨듣는 'Six Marimbas' 를 소개하며 마쳐야겠다.







학교에서 오케스트레이션 과제 중 도입부가 마림바 여러대로 시작하는 곡이 있었는데 그 때 교수가 'Steve Reich를 연상시키는 인상적인 도입부'라는 코멘트를 달아준 적이 있다. 그 뒤부터는 'However'로 시작하여 온갖 혹평이... 갑자기 슬퍼진다. 하지만 Steve Reich가 연상된다는 그 말이 어찌나 기쁠 수 있는지! 


Steve Reich에 대해 겉핥기만 한 것같아 기분이 좀 찝찝하지만 아직도 시차적응하느라 지금 안자면 내일 다크써클이  얼굴전체를 지배할 것 같기에 잠을 선택해야겠다 -ㅇ-

오늘도 이런 작곡가들과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것, 이들의 음악을 들으며 영향을 받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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