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런던에서 집(플랫) 렌트하기 1. 장,단점,준비

therealisticidealist 2013. 1. 2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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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는 집 전체를 렌트해서 남는 방들을 다른 세입자 tenant들에게 서블렛을 하는 한국인들이 참 많다. 이런 사람들 중 대부분은 집을 렌트한 사람 본인은 그 집에 살지 않으면서 집을 5,6개씩 렌트해서 그걸로 수익을 남겨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집주인과 합의가 되어 있는 상황이고 자신이 관리를 잘 한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이런 집들은 대부분 수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방에 사람들을 채워넣으려고 해서 예를들어 같이 사는 사람 중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날 수록 세입자들이 불편함을 감수해야하는데 방 하나에 커플을 받으면 돈을 조금 더 받을 수 있으므로 커플들을 허용해서 어떤 집은 방은 4개인데 실제로는 6명이 사는 그런 집들이 있다. 

또 화장실은 하나인데 5명이 함께 살아서 항상 화장실이 바글바글 하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당연히 집값이 다른 곳보다 저렴하므로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돈을 아끼려고 한다면 이런 곳을 선택할 수도 있다.




집 전체를 렌트했을 때 집주인과 직접 계약을 한 사람이 지게 되는 책임은 막중하다.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아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점, 돈 들어갈 일이 은근히 매우 많다. 이런 것들을 방 하나에 들어오는 세입자들은 이해할리가 없고 '너네가 이렇게해서 돈 남기고 아끼는 거 다 아는데 이 정도는 해야되는것 아냐?' 하면서 청소할 때 손 하나 까딱 안한다거나 집에 있는 모든 생필품을 관리하는 사람이 제공해야 한다거나 하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분은 사정상 집을 일주일 넘게 비우다가 오랜만에 갔더니 쓰레기통이 꽉차서 밑에까지 넘쳐 흐르고 있는데 그 누구도 쓰레기통을 비우는 사람이 없고 심지어는 문자로 '쓰레기통이 꽉차서 쓰레기 버릴 곳이 없어요'라고 문자가 왔다고 한다. 그만큼 99p하는 그 쓰레기봉지하나 자기 돈으로 사는게 아깝고 쓰레기통 비우는 것조차 안하려고 사람들도 있다. 우리집 아이들은 알아서 척척 잘한다. :)





그렇다면 그런 불편함과 노동력을 감수하고도 집 전체를 렌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번째는 위에 말한 수익형이다. 예전에는 저런식으로 집을 여러개씩 돌리는 사람들 때문에 방 값이 많이 오른다는 이야기도 돌았었는데 대부분의 방값은 적정하게 책정되어 있다. 하지만 가끔씩 평범한 2존의 동네에 컨디션이 다른 곳보다 조금 좋은 집들이 방 6개가 있으면 6개 전체가 £190 부터 £250 정도까지 하는 곳들이 있는데 그런 곳은 그 집을 렌트한 사람이 이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 방값을 조금 부풀려서 책정한 것임을 알 수가 있다. 

하지만 이런 집들도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된, 잘 모르는 사람들은 '집이 다른 곳보다 더 깨끗하고 좋은데?' 하며 계약을 한다. 그렇다고 모든 집들이 다 이런 건 아니고 대부분은 시세에 맞게 적절히 책정이 되어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두번째는 편하게 살고자 하는 이유다. 내가 바로 이 두번째 유형에 속하는데 나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집에서 악기연주도 하고 녹음도 하고 무엇보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걸 좋아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방 광고 올라오는 것들을 보면 대부분 '조용하신분 선호' '공부하기 좋은 아주 조용한 분위기' 등등의 문구가 많이 적혀있다. 

그렇다고 내가 시끄러운 사람은 아니다. 나도 시끄러운 것을 싫어해서 문 닫을 때, 걸어다닐 때 최대한 소리나지 않게 조심하고 밤에는 조용히 하지만 음악소리가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렇기에 나는 세입자를 구할 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예술쪽 공부나 일을 하는 사람 등 나와 이야기도 잘 통하고 공감대가 있는사람들을 구한다. 

그리고 항상 광고에 올릴 때 적어 놓는다. '조용히 공부만 하시려는 분께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일단 이게 첫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는 플랫메이트 들과 서로 서로 편하게 지내기 위해서이다. 어떤 집들을 보면 서로 이야기도 안하고 인사도 안하고 지내는 곳들이 많은 데 나는 그런 것을 견딜 수가 없다! 예전 우리 집에 살던 영국인 친구는 여름엔 항상 방문을 빼꼼히 열어두고 지냈는데 난 그 방 앞을 지나갈 때마다 그 앞에 서서 걔랑 한참 수다를 떨곤 했다. 

그리고 가끔 플랫메이트 들과 모여서 집 앞 pub에 가서 맥주도 한 잔하고 가끔은 요리도 같이 해먹고, 그러면서도 서로의 사생활은 지켜주는 이런 생활을 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직접 들어올 사람들도 고르고 나 외에 딱 두 명, 총 3명만 함께 살아서 최대한 붐비지 않도록 한다. 들어오는 세입자의 수가 적을 수록 내가 내야하는 비용은 더 커지지만 난 수익을 내려는 목적이 아니고 방값을 조금만 아끼면서 그저 편하게 살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정도는 감수를 해야한다. 




그리고 또 하나 감수를 해야하는 것은 바로 플랫메이트들과 집의 maintenance(보수,유지) 관리이다. 

세입자를 한 번 잘못 고르면 엄청난 스트레스와 손해를 겪을 수 있는데 바로 내가 얼마전 겪었던 일로 그건 본인이 선택하고 야기한 일이기 때문에 끝까지 책임을 져야한다. 

한 명 이상한 사람이 들어와서 다른 플랫메이트들을 불편하게 한다거나 피해를 준다거나 하면 집을 관리하는 사람이 그 사람을 잘 타일러서 설득을 시키던지 아니면 내쫓던지(말이 내쫓는거지 타당한 이유와 함께 노티스를 주고 나가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면된다) 본인이 해결을 해야한다.   


요즘 영국사랑에 보면 세입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는 분들의 하소연이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 내용을 보면 심각하다. 집을 관리하는 분에게 '네가 여기에서 총 내는 금액이 얼마냐, 너와 랜드로드가 계약한 계약서 카피를 달라, 네가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 같아서 고소할거다' 등등 정말 말도 안되는 터무니없는 일들이 많다. 

물론 개중에는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절대로 subtenant(랜드로드와 직접 계약을 한 후 거기에서 다시 받은 테넌트, 즉 내가 랜드로드와 계약을 했다면 내가 랜드로드의 tenant가 되는거고 내가 구한 플랫메이트는 나의 subtenant가 되는 것이다)에게 렌트비를 알려줘야 한다던가 계약서를 보여준다던가 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 다행히도 내 옆방에 살던 그 아이는 함께 살 때는 그렇게 속을 썩이고 사람을 힘들게 하더니 막상 나갈 때는 아무 소란도 없이 내가 집에 없을 때 조용히 짐을 싸서 나갔다. 나가다가 나랑 우연히 마주쳐서 매우 어색하게 마지막 인사를 하긴 했지만... 


그리고 대부분은 세입자들이 나갈 때 방청소를 깨끗이 해놔야 하지만 제대로 안해놓는 경우가 90%다. 이럴 때는 그 방 청소도 직접 다 해야하고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바로 살 수 있도록 준비도 다 해놔야한다. 나는 그 아이가 나간 후로 청소기를 두 번 이상 돌리고 걔가 쓰던 이불, 베개가 너무 쩔어있어서 그것도 다 버리고 새 이불로 준비해놓고 페브리츠 뿌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거의 두시간동안 그 방을 청소했다. 


이처럼 엄청난 책임감이 있지만 그만큼 장점도 있다. 나름대로 내가 렌트한 집이기 때문에 약간은(?) 내집처럼 쓸 수 있다. 일단 난 우리 집 전체에 내가 맘에 안드는 부분을 내가 좋아하는 색깔로 페인트 칠했고 (원래 미색이 아닌 다른 색으로 칠하면 나갈 때 원상복귀 해놔야 한다고 들었는데 난 일단 저지르고 봤다. 워낙 원래 벽들이 오래되어 변색되어 있어서 그런지 랜드로드가 몇 번 왔다갔는데 아무 말도 없는걸 보니 괜찮은 것 같다) 집안 곳곳을 내 취향대로 꾸며놓고 내 방에는 놓을 자리가 없는 큰 박스나 짐들은 스토리지에 미리 다 박아놨다. 냉장고나 찬장 등의 사용하는 칸 위치도 가장 편한곳으로 미리 낙점!

나는 워낙 집 꾸미는 것, 관리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청소도 내가 마음에 들 정도로 내가 먼저 하고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으면 바로 바로 치워놓는다. 만약 내가 다른 집 방 하나에 들어가서 살았는데 그 집이 지저분하고 청소가 제대로 안되는 곳이었으면 나는 너무 신경이 쓰여서 마음에 드는 곳을 찾을 때까지 계속 떠돌았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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