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찾기
계약을 하기 전 일단! 먼저 집을 찾아야한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영국사랑, 검트리 또는 부동산을 이용할 수 있는데 방 하나가 아닌 집 전체를 렌트하려는 거라면 rightmove도 꽤 유용한 웹사이트다. 단지 검트리나 rightmove(rightmove.com)를 이용할 경우 대부분은 부동산에서 올린 광고들이기 때문에 똑같이 부동산비를 지불해야하고 대부분 학생들은 6개월, 심지어는, 1년치 월세를 미리 내라고 한다.
나는 아주 운이 좋아서 바로 한달치씩부터 냈는데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되고 운이 좋으면 3개월, 아니면 6개월치를 먼저 내는게 일반적이다. 아니면 계약하는 사람중에 학생이 아닌 professional(직장인)이 있어서 직장으로부터 서류를 받아와서 제출해야한다. 어떤 곳은 아예 professional only please 라는 곳도 많다.
그 이유는... 일단 학생들은 월세를 잘 못낸다. 대부분 집세정도는 부모님께 지원을 받는 한국이나 아시아 학생들에게는 적용이 안되는 문제인 것 같은데 자기가 직접 돈을 벌어 월세를 내는 학생들은 월세를 매번 밀려서 낸다거나 못낸다거나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학생들을 꺼려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학생들은 집관리를 잘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사람에 따라 어떻게 보면 맞는말, 어떻게 보면 아니다. 나같은 경우는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집을 깨끗이 유지하기 위해 지저분한 곳 페인트칠도 직접하고 대청소를 가끔 해주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나가기 전에 전문 청소업체를 불러서 청소를 해놓고 나가도 먼지가 뭉텅이로 굴러다니는 등 지저분한 경우가 아주 많다.
그리고 내가 아는 언니는 독일에서 친구 5명정도와 집을 렌트해서 함께 살았었는데 한 명이 벽에 빨간색, 초록색등 원색으로 페인트칠을 하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애들이 말리다가 '이사나가기 전에 다시 하얗게 칠하고 가지뭐~' 하면서 온갖 그림부터 글씨, 낙서등을 벽에 다 해놓고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언니는 먼저 이사를 나오게 되고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다들 그 낙서를 그냥 두고 도망을 가버려서 집주인이 화가 머리끝까지 뻗쳐서 다시는 학생들을 받지 않겠다고 치를 떨었다고 한다. 나도 검트리나 rightmove에서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해서 전화하기가 수십번, 학생이라고 딱지맞은게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본인이 6개월치 월세를 낼 수 있는 한경이라면 부동산에 직접 찾아가 자신의 예산과 기호에 맞는 집을 '당당하게' 구할 수 있고 그게 아닌 이상은 나처럼 받아주는 곳을 찾을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고 전화해보는 것밖에 없다. 내가 처음에는 그렇게 오고싶지 않았던 이 지역으로 이사오게 된 것도 다 그러한 이유다. 따질 여유가 없다!
드디어 찾은 집
영국사랑에는 '집 인수합니다~'라는 글이 간간히 올라온다. 내가 예전에 검트리와 rightmove에서 모두 딱지를 맞으면서 하이에나처럼 영국사랑을 하루에 수십번씩 뒤져보고 있다가 지쳐서 한동안 영국사랑에 안들어간 본적이 있다. 그러다가 다시 들어갔을 때 우연히 '스위스코티지 2베드룸 1리셉션룸 인수합니다'라는 글을 봤지만 이미 조회수는 100을 넘었고 올라온지 3일도 넘은 글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메일을 보냈는데 거의 일주일동안 답장이 안와서 '아, 또 놓쳤구나'하며 포기하고 있었는데 답장이 온 것이다! 그 분께서 한국에 출장중이셔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글을 올리고 별로 급한게 아니라 해야할 일들을 처리하다가 확인을 해봤더니 엄청난 양의 이메일이 와있어서 깜짝 놀랐다는 답변이었다. 그래서 나는 무조건 그 분께 런던으로 돌아오시자마자 집을 보러갈 수 있느냐고 약속을 잡았고 그 분이 런던으로 돌아온 날! 제일 처음으로 뷰잉을 했고 이 분이 의리가 있는 분이라 나 다음으로 집을 보러 왔던 사람들이 모두 계약을 하고 싶다고 했지만 나의 의견을 먼저 물어봐야 한다며 나에게 우선권을 주셔서 내가 들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 이 집이 인기가 많았던 것에는 또 이유가 있다. 바로 그분께서는 '인수금'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인수금이라는 것이 어떻게보면 이해가 되면서도 또 어떻게보면 참 황당한 것이기도 하다. 영국사랑에서는 요즘 부당하게 너무 큰 인수금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집 인수광고가 올라오면 삭제하기도 했다.
인수금
그렇다면 인수금이란 무엇일까...
위에서 대충 읽어봐도 저렴하고 위치 좋고 컨디션 괜찮은 집 전체를 찾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부동산과 계약했다면 부동산비를 내야하고 또 앞서 말한것처럼 6개월치 월세를 미리 내서 집주인에게 신뢰를 얻어놓았고 방 하나하나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구해서 안정적으로 만들어 놓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다가 인터넷 연결, 온갖 빌들, 세금등을 모두 해결해야하니 이 '인수금'이 바로 자신의 수고에 대한 수고비, 그리고 자신이 투자한 금액(부동산, 가구비 등등)의 요구라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이 인수금이라는 명목이 갈수록 변질되어서 나중에는 자기가 저런 모든 수고를 겪지 않고 남이 다 해놓은 집에 들어가서 살아놓고도 나갈 때 다음 사람에게 인수금을 똑같이 요구하는데 거기에 몇백 파운드 플러스해서 받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럼 그 다음사람은 '나도 냈으니 다음사람에게 똑같이 받아야지'하며 '여기 사람을 다 제가 구했구요, 창문 제가 바꿔달라고해서 바꿨구요' 등등의 이유로 나중에는 이 금액이 점.점.점.점 커지는 것이다.
한번은 아주 저렴한 집 광고가 나와서 당장 달려가서 보러갔었는데 역시나 집이 '아주' 낡았고 거미줄부터 구석구석이 먼지투성이고 카펫은 이곳저곳 찢어져 있어서 '이거 집주인한테 말하면 바꿔주죠?' 라고 물어보니 '네? 뭐... 글쎄요' 이런 대답과 처음에는 난방비가 월 £80이라고 했다가 다시 100이라고 했다가 다시 120으로 올리고 너무 수상한 점이 많아서 연락을 다시 안했는데 심지어는 그 집이 인수금으로 £1600를 요구했다. 정말 말도 안되는 금액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다들 원래 그정도인데? 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별것도 아니라는 듯 부자동네에 있는 으리으리한 집들은 £6000(천만원) 정도가 기본이라고 하는 말을 듣고 기겁했다. 하지만 이 인수금 역시 돌고도는 것이라 본인이 낸 만큼 다음에 들어오는 분에게 받고 그 분도 똑같이하고 계속 이렇게 반복되므로 나중에 돌려받을 돈이라 생각하면 낭비되는 돈은 아니다.
다행히도 나에게 집을 넘겨주던 분은 그런 인수금이라는 제도(?)에 적잖이 환멸감을 갖고 계신 분이었고 자신은 그걸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인수금을 안받는거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도 이 분의 정신을 이어받아 내가 한 그 모든 페인트칠과.. 내가 사놓은 생활용품들... (원래 있는거 쓰면 되는데 난 꼭 내가 다시 산다...), 쓸데없이 꾸민다고 마구 사들인 액자와 화분들.... 인수금없이 모두 넘기고 그냥 떠난다....
계약 & 디포짓
집을 계약할 때에는 집주인과 다이렉트로 하는 경우가 있고 부동산을 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집주인과 직접 계약을 하면 집에 문제가 생겼거나 어떤 일이 있을 때 집주인과 바로 연락을 해서 해결할 수 있고 부동산을 끼고 할 경우 부동산에 연락하면 해결해준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에는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봐야 하는데... 난 전에 사시던 분이 이 곳에 3년이나 살았고 잘 설명해주셨기에 잘 안읽어보고 그냥 싸인했다. 원래는 그러면 안되고 꼼꼼히 읽어봐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문제가 없다.
계약을 하면서 디포짓을 먼저 지급해야 하는데 통상 6주치 (어떤 곳은 4주치만 내기도 한다) 를 요구한다. 이 디포짓을 자꾸 떼어먹고 안돌려주려고 하는 랜드로드들이 많이 있어 최근 영국에서는 Deposit Protection Scheme이라는 것을 통해 디포짓을 집주인이 다른 곳에 쓰거나 보관할 수 없고 특정 어카운트에 맡겨두었다가 나중에 세입자가 나갈 때 다시 돌려주는 정책이 생겼다. 하지만 본인의 잘못으로 집에 데미지가 생기거나 문제가 생겼을 경우 또는 계약된 날짜를 채우지 못하고 나갈 경우 이 디포짓은 가차없이 차감된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그리고 아까도 말했듯이 만약 월세를 6개월 선불로 내기로 했다면 6개월치를 먼저 내고 아닌 경우 1개월치씩 주인과 합의한 날짜에 맞춰 매달 입금을 하면 된다.
플랫메이트 구하기
이사를 간 후에는 빈 방이 있을 경우 플랏메이트를 구해야하는데 역시나 영국사랑 또는 검트리를 통해 광고를 한다. 영국의 방값은 거의 주당 가격으로 표시하는데 그렇다고 방값을 주마다 받아야하는 것은 아니다. 매주 방세를 내는 것이 여러모로 서로 귀찮으므로 대부분은 월세로 계산해서 월마다 내는데 주당 가격을 월로 계산하는 방법은 1주치 × 56(1년에 있는 '주'의 수) ÷ 12 =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주 당 가격이 £160일 경우 160 × 56 ÷ 12 = 746.666 으로 반올림 또는 반내림을 해서 받으면 된다. 그리고 역시 3주치 디포짓을 받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꼭 받아야한다) 3주 노티스의 기간을 준다. 노티스는 세입자가 나가겠다고 말한 날부터 3주뒤에 나갈 수 있는 것으로 상황에 따라 조정 가능하다.
한번 구하면 별 일이 없는 이상 최소 6개월 이상은 같이 한 집에서 살아야 하므로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세입자가 나갔는데 다음 세입자가 바로 들어오지 않으면 손해보는 금액 때문에 플랫메이트를 급하게 구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정말 복불복이다. 사람 보는 눈을 기르자.
집 관리
영국의 집들은 furnished로 가구부터 주방용품까지 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본인이 다 새로 장만해야하므로 이런것도 미리 꼭 확인을 해봐야한다. 그리고 인터넷 연결부터 전기세, 수도세 등등 신경써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한국인에게 인수받는 집일수록 그대로 명의변경만 하면 되기 때문에 편하다.
집을 관리하는 사람이 모든 빌을 내고 집세에 빌을 포함시키는 것이 모두에게 편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이렇게 하고 가끔은 전기세만 나눠낸다던가 아니면 빌 전체를 나눠내는 집들도 있긴 있다. 중앙난방이 되는 집이라면 난방비가 절약되어 전기세 걱정을 덜하게 되지만 중앙난방이 아닌 경우는 추운 겨울에도 난방비 때문에 난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난방비가 렌트에 포함된 중앙난방 되는 집이 최고다!
그리고 예전에 집을 볼 때는 꼭 여기 '파워샤워'냐고 물어보고 샤워기를 틀어봐야 했는데 그 이유는 영국집들은 워낙 낡은 집들이 많아서 샤워기에서 물이 쪼르르르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요즘은 다들 바꾸고 있는 추세이다. 창문도 마찬가지인데 어떤 집은 창문이 깨진채로 그냥 있는 집도 있고 이중창이 아니라 방음도 아니고 찬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이런 건 집주인에게 바꿔달라고 말하면 대부분은 바꿔주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게 흠이다. 우리집도 집 전체 창문을 바꾸기까지 거의 6개월을 기다렸다...
벽에 못을 박는다거나 카펫을 더럽히거나 하는 행위는 나중에 디포짓이 엄청나게 깎일 수 있는 위험이 있으므로 최대한 깔끔하게 쓰고 처음 들어갈 때 이미 손상된 부분이 있다면 사진을 찍어 증거로 남겨두는 것도 좋다. 하지만 내가 듣기로는 그 집에 3년 이상 살 경우 그런 모든 데미지들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고 들었기 때문에 3년을 채워 살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바로바로 넘겨줄 경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집을 깨끗하게 쓰고 바로 다음 세입자까지 알아서 찾아주므로 랜드로드들이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집 전체를 렌트했을 경우 노티스는 대부분 6주 또는 2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다음 사람을 찾지 않을 경우는 랜드로드에게 꼭 최소 두달 전에 미리 말하는 것이 좋다.
끝
신경써야 할 것도 많고 돈 들어갈 일도 많지만 집을 렌트해서 살아보는 건 나름대로 좋은 경험이 된다. 영국의 택스부터(나중에 카운슬택스에 대해서도 포스팅을 해보려한다) 빌, 부동산 등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몸소 체험할 수 있고 한국에서는 절대 겪어보지 못할 희노애락을 다 겪어보기 때문이다. 너무 예민해서 조그만 일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에게는 힘들 수도 있다.
공부에 집중해야해서 다른 것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하지 않는다.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해볼래~ 하는 마음에 시작했다가 나중에 손해만 보고 고생만 하다가 그만두는 경우도 있기에 장단점을 잘 따져보고 신중히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나는 이 곳에서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다음에 이사를 간다면 꼭 스튜디오로 이사를 가서 혼자 살고 싶다... 이제는 쉬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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