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런던에서 아르바이트 구하기

therealisticidealist 2013. 1. 30.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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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한국간 워킹 홀리데이(Youth Mobility Scheme)가 체결되면서 영국으로 일자리를 구하러 오는 한국사람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영국은 과연 자기나라에 일자리가 많아서 학위를 마치고 진짜 직업을 구할 수 있는 기간을 주는 PSW 비자를 없애고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워킹 홀리데이를 선택한 것일까?

내 생각에 대답은 No다. 여기에서 공부했던, 또 공부하는 수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왜 영국 정부가 PSW 대신 워킹 홀리데이를 선택했는지 선뜻 이해하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영국에는 일자리가 정말 별로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봤던 BBC 다큐멘터리 'Grow Up Poor'는 영국 각 도시에서 온 빈곤층 십대 3명의 삶을 취재하는데 주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자리가 없다' 이다. 런던에서 나이트 클럽 전단지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1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붙었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아이들은 '영국사람'이다. 영국사람들도 이렇게 구하기 어려운 일자리를 과연 영어도 잘 못하는 한국사람들이 구할 수 있을까?



한국사람들이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일이 있긴 있다. 바로 한국식당 아르바이트이다. 하지만 이 한국식당에서 일하는 것이 평판이 많이 안좋다. 그래서 나도 처음에 다른 곳은 다 문을 두드려 봤어도 한국식당만은 마지막 관문이라며 남겨놓았던 적이 있었다. 

일단 한국식당은 최저시급을 딱 맞춰서 겨우 준다. 여기에서 '겨우'라는 말을 붙이는 이유는 최저시급을 안맞춰 주는 곳도 있고 최저시급이 올라도 예전 시급 그대로 계속 주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최저시급을 지키자는 말들이 많아 지키는 곳들이 그나마 많아졌지만 내가 1년전 영국사랑에서 일자리를 알아볼 때만 해도 그때 최저시급 £6.08에 못미치는 £6을 주는 곳이 대부분이었고 심지어는 £5를 주는 곳도 많았다. 현재 최저시급이 £6.19일때 중상층 정도 되는 일반 레스토랑에서는 £6.5에서 £7까지 주는 것을 보면 비교가 된다.

이사람들이 이렇게 당당하게 최저시급을 안지키면서도 광고를 올리고 또 그럼에도 사람들이 지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런던에 어학연수를 하러 오거나 영어를 잘 못하는 한국인들은 한국식당이 아니고서는 일을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 한국식당 사장들은 이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 정도 시급만 줘도 급한 애들은 모일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항상 모든 것에는 예외가 있지만 내가 보았던, 또는 주변사람들의 경험으로 들었던 식당들은 거의 비슷했다.   



그리고 슬프게도 이는 단지 한국식당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사람들이 운영하는 대부분의 서비스업 등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는데 오죽하면 어디에서 '사장님이 최저시급도 안주고 시간도 제대로 안지켜주고'라는 등의 하소연을 하면 첫마디가 '사장 한국인이야?'라고 할 정도이다. 심지어는 가끔 외국인들도 'Is your boss Korean?'이라고 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란 적도 있다. 그만큼 한국인 사장들은 악명이 높다...

나는 절대로 이곳에서 유학생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선량한 한국인들을 모조리 비판하고 싶지 않다. 말 그대로 정말 악명높다는 말에 걸맞게 행동을 하는 사람들만 지칭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인 사장들 중 성격 좋고 일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만났더라면 좋은 관계를 유지했을수도 있었을 것 같은 분들도 '사장'이라는 타이틀만 달면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알바생들에게 안주고 본인이 챙기려고 하는 모습이 눈에 훤히 보이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식당에 지원하는 것은 마지막 옵션으로 남겨두길 바란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영어를 잘 못하고 영국에 온지 얼마 안되어서 다른 곳은 지원하기도 어렵고 지원했는데도 연락이 없다면 한국인들이 하는 다른 직종도 괜찮다. 특히 여자분들은 베이비시터의 수요가 많고 민박집 아르바이트도 광고가 꽤 많이 올라온다. 하지만 이런 아르바이트들은 시간조절이 어렵고 민박집 아르바이트 같은 경우는 개인시간이 거의 없어지므로 본인에게 맞는지 잘 확인해봐야한다.

영어가 어느정도 되고 외국인들 사이에서 일해보고 싶다면 가장 쉽게 지원할 수 있는 곳이 스타벅스같은 커피 체인점이다. 하지만 이곳 역시 유럽과 전세계 곳곳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가득하기에 경쟁률이 치열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것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영국인이 운영하는 곳에 취업하는 게 정확하고 깔끔하다. 나도 잠깐 영국인이 운영하는 일본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시급 £6.5에 일도 잘하고 오래하면 £7로 올려주고 팁과 세금도 정확하게 해결해서 뒷말이 없게 한다. 그렇기에 일자리 분위기도 좋고 알바생들도 나름대로 만족하며 일을한다. 그에 비해 그 전에 일했던 곳은(한국인 사장...) 시급부터 시작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알바생들이 불만을 품지않게 되는 것이 없었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일자리를 빠르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나 인맥을 통해 아는 사람의 소개를 받고 들어가는 거지만 그럴 여건이 안된다면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조용한 동네에 지나가다가 유리에 붙어있는 광고를 보고 직접 들어가서 CV를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CV란 Curriculum Vitae의 줄임말로 이력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이력서와 다른 점은 이 곳의 CV에는 사진을 붙이지 않아도 되고 형식이 대체로 자유로워 본인에게 맞는 형식을 임의로 디자인해서 낼 수 있다. 구글에 CV format 또는 CV template 등을 검색하면 많은 예제가 나오니 그걸 보고 수정하고 따라하는 것을 추천한다. 




        CV의 예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있는 가게들은 그만큼 지원자수도 많을테고 특히나 대형 리테일샵 (탑샵, 유니클로 등)은 경쟁률이 어마어마하다. 나는 Urban outfitters에 CV를 직접 세번 정도 내고 전화도 했었는데 돌아오는 말은 '요즘 이력서가 수백개씩 들어오니 기다려라'라는 말 뿐이다. 

그리고 서점과 레코드샵에서도 일해보고 싶어서 몇몇 서점에도 이력서를 냈었는데 이곳은 우리나라의 교보문고처럼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는 대형서점이 없기에 그나마 큰 체인점이라고 하는 워터스톤즈 같은 경우도 대부분 직원들로 채워져 있다. 워터스톤즈에 직접 CV도 내보고 구글검색도 해본 결과 서점 알바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일은 별로 어렵지 않고 돈은 잘 챙겨주고 당연히 경쟁률이 쎌 수 밖에 없다.

대형 체인점들 같은 경우는 CV를 직접 받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받는 곳도 있으니(워터스톤즈, 아메리칸 어페럴 등등) 미리 웹사이트에서 체크를 해보고 가는 걸 추천한다. 



나는 런던에 있는 다른 한국인들에 비해 영어도 더 잘하는 편이고 아르바이트 경험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직접 발로뛰며 찾아가서 이력서를 냈던 수십개의 가게들에서 단 한곳도 인터뷰를 보러 오라는 전화조차 온적이 없다.

물론 내가 너무 인기가 많은, 위치도 좋은 곳들만 골라서 지원한 것도 있고 옷가게에 지원하는데 리테일 경험이 많이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이 곳에는 패션 디자인/마케팅을 전공하고 리테일 경력도 화려한 영어까지 완벽한 유러피안들이 많은데 그들이 굳이 그보다 실력도 없는 동양인을 뽑을 이유는 없다. 그만큼 식당이 아닌 곳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곧 영국 워킹홀리데이 2013년 신청이 시작될 된다. 본인이 정말 뜻이 있고 영국에서 할 일이 있다면 오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외국에서 일하면서 영어도 좀 해보고 싶고... 그냥 한국에 있는 건 싫고...' 하는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뚜렷한 목적, 계획 없이 그냥 왔다가 '영국 진짜 살기 안좋고 비싸기만 하고 일자리도 없어. 별로야!'라며 실망만 안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곧 영국정부에서 동유럽국가들 이민자들을 겨냥해 '영국은 날씨도 안좋고 일자리도 없으니 오지 말아라' 라는 메시지의 광고를 띄운다고 한다. 

일자리를 구하겠다는 것 하나만 믿고 무작정 영국으로 오기에는 이미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고 이미 실천에 옮기고 있다. 신중하게 생각해봐야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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