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Goldsmiths, University of London, 골드스미스 대학교

therealisticidealist 2013. 1. 1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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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smiths, University of London



아직 한국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골드스미스는 런던에서는 꽤 유명한 학교이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예술을 공부한다고 하며 골드스미스에 다닌다고 하면 다들 아~ 하는 눈치이다. 그 이유는 이 학교의 졸업생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거나 순위가 높다는 이유보다는 이곳이 굉장히 '예술적'이고  '실험적'라는 평판 때문이다. 스타일리쉬하고 아티스틱한 학생들이 많다는 평한 또한 일조한다.



런던에 있는 예술학교들이 대부분 비슷하겠지만 특히나 우리학교 애들 공연 또는 전시에 가보면 참 이해할 수 없이 독특하고 난해한 작품, 퍼포먼스들이 많았다. 정말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굶어 죽기 딱 좋은 예술들이 펼쳐지고 있는 장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모순적으로 이 학교를 졸업한 가장 유명한 졸업생은 바로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로 현대예술에서 가장 상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아티스트이다. 데미언 허스트에 대한 골드스미스, 그리고 이 주변 지역에 대한 자긍심은 실로 대단해서 학교 앞 어떤 의자 가게 전체 디스플레이에는 'We Sold A Chair To Damien Hirst'라고 써져있을 정도. 아마 이 사람의 영향 때문인지 Fine Art 코스에서는 한국인들을 꽤 많이 발견할 수 있다. 





Goldsmiths, University of London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 학교가 런던대학교에 속해 있는 하나의 컬리지이기 때문이다. 골드스미스는 파인아트부터 인류학까지 갖추고 있는 종합대학으로 University of London 이라는 명칭은 런던에 있는 몇 개의 대학들을 총칭하는 이름일 뿐이지 실제 런던대학교라는 대학교는 없다. (Head Quarter같이 업무를 담당하는 빌딩이 있긴있다) 같은 University에 속한 컬리지들은 서로 도서관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나름대로 자기네 소속끼리만 쓸 수 있는 혜택들도 제공하지만 난 한번도 이용해 본 적은 없다.



요즘은 그나마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는 것 같긴한데 아직까지도 미국에 있는 대학들, 또는 런던에 있는 세인 마틴등에 비하면 골드스미스의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확연히 낮다. 아마 학교에 있는 전공들이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게 별로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특히나 음악쪽은 퍼포먼스나 스킬보다는 리서치, 실험 또는 이론 쪽에 집중하기 때문에  클래식 음악과 실용음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아직은 안먹힐 수밖에.



이 곳에서 예술 쪽을 공부하려면 어느정도 '똘끼'가 있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한국에서 하는 평범하고 상업적인 지식과 스킬만 가지고 왔다가는 항상 창조와 혁신을 요구하는 교수에게 퇴짜만 맞을 수 있다. 나는 운이 좋게도 우리과 아이들이 너무나 실험적이라 수업시간에 발표만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우우우우우웅....' 하다가 끝나는 게 많아서 나의 '그나마' 멜로디컬한 작업들이 호평을 받은 적이 몇 번 있다. 다들 '이렇게 하는 것도 새롭고 신선한데?' 하는 반응.



학교에서는 다른 과 학생들과의 콜라보레이션 기회도 제공한다. 우리과에서는 Performance Making과 Writing 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팀을 이뤄 공연을 하는 기회가 있었고 그 다음 학기에는 Film and Documentary를 하는 학생들과 콜라보를 통해 영상과 음악을 함께 작업하는 기회도 있었다. 




 


 

학교에서는 인터내셔널 학생들을 우선으로 기숙사도 제공하는데 가격은 작년을 기준으로 평균 주당 126 (22만원 정도) 였고 대부분 한 플랏에 5명 정도가 주방을 쉐어하고 En-suite이라는 형태의 화장실과 싱글베드, 옷장, 책상 이 있는 방에서 지낸다. 런던에서 화장실이 딸린 방이 보통 £170 이상이라는 것을 감안했을때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내가 지내던 방은 사진의 방보다 조금 더 넓었지만 분위기는 비슷하다.



하지만 골드스미스가 위치해 있는 New Cross라는 지역은 약간의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런던은 위험한 지역, 덜 위험한 지역, 안 위험한 지역의 분류가 굉장히 명확한데 (그렇다고 진짜로 그 지역이 다 엄청 위험한건 아니지만 런던 경찰에서는 지도까지 만들어 위험지역을 분류하고 있다 ) New Cross는 그 중에서도 악명높은 지역에 속한다. 이 지역에 살때 여기에 산다고 하면 다들 대답이 '왜..?'였다.



New Cross. 사진으로는 참 깨끗하고 평온해 보인다. 

왼편에 나같이 가난한 유학생들이 애용하는 냉동식품 전문 슈퍼마켓인  Iceland가 보인다. 



물론 여러가지 소문들이 부풀어져서 그런것도 있지만 일단 다문화 인구가 밀집한 동남쪽에 위치해 있고 특히나 이곳의 흑인 비율은 다른 곳에 비해 현저히 높다. 흑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 위험하다는 곳이 아니다. 영국 흑인들은 매우 젠틀하지만 일반적으로 봤을 때 어느나라에서건 다문화 인종들이 모여 있는 곳이 조금 더 위험하다는 것은 모두 비슷할 것이다.


나도 처음엔 그 소문만 듣고 무서워서 밤에 나가지도 못했는데 학생 기숙사들도 몇 개 있어서 우리학교 학생들이 많고 익숙해지다보니 나중에는 새벽에 혼자 마구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러면 절대 안된다!)하지만 이곳 사람들, 특히나 한국사람들의 East 지역에 대한 환상과 함께  이 지역이 주는 아티스틱하고 키치한 분위기는 오히려 이 지역을 더욱 더 예술적으로 보이게 하는 개성이 될 수도 있다. 






한국에서도 골드스미스가 많이 알려지고 Art 분야 뿐 아니라 음악 쪽에도 공부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새롭고 실험적인 예술 분야가 한국에 많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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