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런던에서 방 구하기 1-1 지역 선택

therealisticidealist 2013. 1. 17.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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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계기로 오게 되건 런던에 오기 전에 또는 와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일이 바로 몸을 눕힐 따뜻한 방을 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게 일단 가격, 위치, 집의 컨디션 등만 따져도 이미 힘이 쫙빠지는데 거기다가 같이 살 플랏메이트(룸메이트)들까지 확인해봐야 하니 정말 끝이 없는 여정이다.

나는 다른 어떤 것들 보다도 같이 사는 플랏메이트들이 가장 중요했기에 내가 들어오는 사람들을 고를 수 있게 집 전체를 렌트했지만 이 조차 쉬운 것이 아니고 방 하나 구하는 것보다 훨씬 큰 노력과 비용, 시간이 들어가기에 오늘은 방 하나 구하는 것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팁을 적어보려 한다.



먼저 누구나 아는 사실이듯 런던은 1존부터 9존(9존까지 있는건 처음 알았지만 런던 튜브맵에 나와있는걸 보니 9존도 있나보다)까지 나뉘어져 있고 1존을 기준으로 숫자가 커질수록 더욱 외곽지역이 된다. 그리고 외곽지역으로 올라갈 수록 집값은 저렴해지지만 교통비는 올라간다. 



London Tube Map




대부분의 어학원은 센터에 위치해있고 이름 있는 대학교 등도 센터 쪽 또는 2존 안에 위치한 곳이 많다. 

그렇다면 학교나 학원이 1존이라고 집을 1존에 구해야 하는 것인가? 절대 아니다. 1존의 집값은 어마어마하다. 1존 중 집값이 그나마 저렴한 곳이 남쪽의 Vauxhall인데 이 곳은 교통이 아주 좋다. 무려 1존과 2존 경계에 위치해있고 템즈강도 가까이 있어서 겉으로 보기엔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집값이 왜 저렴할까?

Vauxhall을 중심으로 런던의 남동쪽 Elephant & Castle, Kennington, Brixton 등의 동네들은 런던에서 그다지 평판이 좋지 않은 동네이다. 일단 Vauxhall은 게이 동네로 유명하고 (새벽에 버스타고 이 곳을 지나다가 웃통을 벗고 모여 있는 수십명의 게이들을 발견했다) 게이가 많다고 위험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내 경험상 게이들이 더 착하고 소심하다. 하지만 게이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인만큼 밤 문화가 많이 발달했고 또 그런 지역이 그러하듯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꼬인다. 

내가 아는 영국남자애는 그 옆 Kennington에 살았는데 심지어는 걔조차 밤에 가끔 무서울 때가 있다고 했을 정도다. 그런 지역의 공통점은 일단 밤만 되면 무리지어 다니는 모자 푹 눌러쓴 아이들이 많고 상가 유리가 깨져 있는 것이 많으며 길거리가 지저분하고 시끄럽다. 그리고 가끔 누가 앰뷸런스에 실려 간다거나 길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또 이런 다른 의견도 있다. 내가 아는 어떤 언니는 Vauxhall에 살았는데 내가 거기 위험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강에서 산책도 하고 교통도 좋고 너무 좋다고 하면서 사람들이 왜그렇게 Vauxhall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웃으며 '그리고 게이가 많으니 나는 건드릴리 없잖아?' 라고 덧붙였다.일리가 있는 말이다...

어떤 동네에 가도 자신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제 갈길만 가면 험한 꼴 당할 일은 없다. Elephant & Castle같은 동네도 나는 겁이 많아서 괜히 소문만 듣고 피했지만 실제 거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닥 나쁘지는 않다고 한다.

방값이 싸고 센터와 가깝기에 동네가 조금 지저분하고 아랍계 또는 중동계 사람들이 많아도 상관없다고 하면 (이게 또 인종차별같이 들릴 수 있는데 중동사람들이 많으면 나쁜 지역이라는 것이 아니라 저번에도 말했듯이 영국사람들이나 유럽인들은 대부분 깨끗하고 조용한 동네에 모여산다) 이 지역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남동쪽에 살고 싶다면 조금 돈을 더 주고 Londong Bridge나 Bermondsey로 가는 것이 더 낫다. 



한국사람들이 가장 선호하고 또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은 북쪽으로 한인타운으로 불리는 골더스그린 Golders Green (3핀칠리로드 Finchley Road 그리고 스위스 코티지 Swiss Cottage 정도가 있다. 골더스그린은 3존이지만 스노선이 잘 되어있어 교통에 불편함이 없다고 한다. 

핀칠리로드는 내가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 자주 가봤기에 살기 아주 좋은 동네같다고 말할 수 있다. 단점이라함은 한국인이 많다는 것. 이게 누군가에게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난 런던까지와서 한국인들 많은 동네에 살기가 너무 싫어서 어떻게든 다른 동네로 가려고 했지만 결국 이 쪽 동네로밖에 올 수가 없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번 집 전체 렌트하기 때에 하기로.. 

하지만 쭉 살다보니 왜 한국사람들이 또 일본사람들이 이 동네로 모여 사는지 이해가 된다. 집 값은 아주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많이 비싸다고 말할 수도 없는 그런 가격이다. 하지만 언더그라운드(지하철)가 있고 조금만 더 걸어 올라가면 오버그라운드(지상철?이라고 해야하나)도 있으며 웬만한 있을건 다 있는 동네이다. 

스위스코티지에 살면 가장 좋은 게 영국사랑(영국 한인교민 웹사이트)에서 중고로 물건을 사려고 해서 전화를 걸면  '스위스 코티지에서 픽업 가능해요'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듣는다. 심지어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책꽂이를 살 때도 같은 아파트 다른 동에 사는 분께 살포시 가져왔고 원래는 캡 불러서 가져와야할 크기의 암체어도 같은 동네에 사는 분 집에서 질질 끌고 집까지 데려왔다. 이런 점은 정말 좋다.

그리고 한국인이 많으니 위험하다고 느낄 수가 없다. 이상한게 한국에서는 한국사람들이 무서운데 여기에서는 외국애들이 더 무서우니 한국인들이 많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길거리도 깨끗하고 조용하고 별로 재미는 없지만 편하게 살기에는 딱 좋은 동네인듯.



스위스 코티지에서 15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면 있는 킬번 Kilburn이라는 동네가 있는데 이 지역은 약간 조잡하지만 집값이 꽤 싸서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하지만 동네가 조금 삭막하다. 오버그라운드와 언더그라운드가 모두 있고 노팅힐과 가까운 위치가 꽤 매력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살고싶어지는 동네는 아니다. 

 그리고 스위스 코티지와 핀칠리로드 사잇길로 새어나가면 벨사이즈 파크 Belsize Park가 있는데 이쪽은 조금 더 이국적인 분위기면서 훨씬 고급스러운 동네이다. 이 쪽도 잘 찾아보면 꽤 괜찮은 가격에 집을 구할 수 있으니 나같으면 스위스 코티지로 올 바에는 벨사이즈 파크를 먼저 두드려 보겠다. 

그리고 벨사이즈 파크에서 더~ 위로 올라가다 보면 내사랑 햄스테드가 나온다. 햄스테드 히스는 아주 아주 드넓은 공원인데 가꿔지지 않은 거의 야생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 곳은 정나의 드림랜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내가 마구 사랑하는 곳인데 나중에 자세히 소개하겠다.









요건 내가 직접 찍은 사진. 저기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마음이 정화된다.



햄스테드/ 햄스테드 히스라는 명칭은 그 주변 지역을 모두 아우르는 것으로 버스를 탔을 때 그냥 Hamsptead나 Hampstead Heath라고 적혀진 것을 탔다가는 진짜 그 언덕 뒤쪽 인적이 없는 길로 끝없이 달리는 수가 있다. (내가 밤에 잘못 탔다가 산 속으로 들어가봤기 때문에 말하는 거다) 그래서 버스를 탈 때는 꼭 Hampstead High Street 이나 Station으로 가는 것으로 타길! 햄스테드 히스 얘기가 나와서 흥분해서 말이 길어졌다.

하지만 내가 여기 살면서 여태까지 이 동네에 사는 한국인은 만나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집값이 엄청나기 때문. 이 쪽은 런던에서 부자들이 모여사는 동네로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들도 많이 산다) 방 하나 렌트하는 것도 가격이 꽤 비싸다.  아! 아는 언니 한 명이 여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는데 고시원만한 쪽방이 다른 지역 싱글룸 가격이었다. 굳이 이 지역에 미련이 없다면 똑같은 가격을 내고 반쪽만한 방에 사느니 차라리 다른 지역에서 두다리 쭉 펴고 살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게 더 낫다. 하지만 나는 꼭 나중에 이 곳에서 살아보고야 말겠다..

그러나..! 북쪽이라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Holloway Road와 Arsenal은 약간 살벌한 동네고 (아는 언니가 같은 아파트 사람이 칼에 찔려 앰뷸런스 실려가는 것을 목격..) Camden은... 캠든 마켓 때문에 유명한 지역이지만 너무 동물원 분위기이고 밤 되면 이상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아참 그리고 진짜 한인타운인 뉴몰든과(남서쪽에 기차타고 쭈욱 내려가면 있음) 뉴몰든보다 조금 더 센터에 가까운 하다.  소문을 듣기로는 윔블던이 그렇게 살기 좋다고... 윔블던은 당연히 한국인들이 바글바글





아아! 지역소개가 너무 길어진다! 아직 한국인들이, 특히 패션피플들이 열광하는 동쪽과 런던의 청담동 Chealsea/South Kensington(남서쪽), 두 얼굴을 하고 있는 서쪽이 남아 있는데.. 너무 스크롤이 길어지면 지루하므로 다음 편으로...

중요한건 이건 언제까지나 이곳저곳에서 주워듣고 또 경험해본 나의 주관적인 생각임으로 절대적인 정보가 될 수 없다.  제일 좋은건 본인이 직접 발품을 팔고 다니는 거다.자신이 어느 지역에 살건 누구와 살건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면 별로 문제될 게 없지만 나처럼 예민하고 이것저것 다 따지는 사람은 무조건 직접 몸으로 뛰는 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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