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런던의 카운슬 택스 Council Tax

therealisticidealist 2013. 2. 2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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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레터


런던에 사는 non-student, 즉 학생이 아닌 사람들, 거기다가 또 직장인도 아닌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집 현관에 살포시 놓인 Council Tax 빌을 보고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처음에는 하얀색 봉투 속 초록색 편지지로 오던 것이 시간이 지날 수록 빨간색으로 바뀌고 나중에는 법정으로 끌고가겠다는 협박하는 내용까지 추가로 적혀있는 종이를 보면 덜컥 겁부터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런던에서 오~래 살며 겪을 것 다 겪어보신 나이 좀 있으신 언니 오빠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카운슬 택스 내는 사람이 있어?'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학생이 아닌 사람이 카운슬 택스를 안내는건 엄연한 불법이고 부도덕한 일이다. 하지만 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닌,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약 £100(17만원 정도)되는 돈을 매달 내라고 하는 것도 참 무자비하다. 





그렇다면 우리를 공포에 떨게하는 이 Council Tax란 무엇인가.

카운슬 택스는 우리가 정부에서 제공해주는 서비스에 대해 내는 세금이다. 예를 들어 경찰, 환경미화원 등등 우리가 직접적으로 혜택은 받지 않더라도 막상 없으면 안되는 그런 공공서비스 유지를 위한 기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서 한 가지 우리가 한번쯤 기대를 가지고 던져보는 질문이 있다. '우리는 외국인인데 똑같이 세금을 내야하나?' 답은 'Yes'이고 그보다 더한 건 우리같은 외국인들은 자국민이나 유러피안들보다 '더 정확한' 액수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인즉슨 걔네들은 받을 수 있는 benefit, 할인혜택을 우리는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건 우리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도 자국민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막상 내 옆방에 사는 영국애는 나랑 똑같이 돈을 버는데 택스 전체를 감면받고 나에게만 전체 금액을 요구할 때는 괘씸한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실제로 졸업 후 하루하루 아르바이트를 해서 렌트를 내며 살던 나와 똑같이 아르바이트로 연명을 하고 있던 내 영국인 플랏메이트에게 같이 빌이 날아왔는데 5개월치의 세금 총 £1000중 걔는 100% 감면을 받고 나만 나머지 £500을 다 내야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을 때는 정말 화가 났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한국사람들이 어떻게든 피할 방법을 찾아서 안내려고 하는 것 같다.


카운슬 택스는 한 가구 당 사는 사람 머릿수대로 내야하는데 이것도 가끔은 참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가구당 한 명도 아니고 사는 사람 수 대로라니!! 이럴 때 한국사람들이 자주 쓰는 방법이 2 베드나 3 베드인 집에도 한 사람만 산다고 등록을 하고 본인이나 같이 사는 사람 중 한 명의 재학증명서를 하나만 내고 집 전체에 대한 택스를 감면 받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갓 런던에 와서 한국인들이 쉐어하는 집에 들어간 사람들은 카운슬 택스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카운슬 택스를 내야하는건지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과 쉐어하는 집은 집 관리하는 사람이 한국인들처럼 그정도로 세세한 것까지 신경을 쓰지 않기에 카운슬 택스를 내야하는 경우도 많다.





나는 원래 거짓말을 잘 못하는 성격인데 내가 처음 이사를 오고나서 카운슬에 내 재학증명서를 내러 갔다가 그 직원이 너무나도 친절하게 '그 집에 너 말고 또 누가 살아?' 라고 묻는 질문에 나도 아주 친절하게 '누구랑, 누구랑이요'라고 다 일러바친 적이 있다. 그 때는 다행이도 그 두 명 모두가 학생이어서 괜찮았지만 만약 학생 아닌 사람이 살고 있었더라면 그 사람은 카운슬 택스를 고스란히 다 냈어야 했었고 그렇게 되면 다른 집으로 나가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나보고 멍청하다며 손가락질을 했고 우리집에 새로운 플랏메이트들이 들어왔을 때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자 입을 닫고 있었는데 나중에 굳이 내가 직접 말을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때문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구나 라는 것을 깨달은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생겼다. 

바로 내 옆방에 살았던 그 영국인 남자애가 카운슬에 직접 전화를 걸어 '나 오늘 여기로 이사왔어'라고 신고를 했고 내가 어떤 일 때문에 카운슬에 전화했을 때 직원이 갑자기 나에게 '너 옆방에 몇월 몇일에 누가 들어왔지' 라고 물어봐서 기겁한 적이 있다.

 아마 이런 문제 때문에도 한국사람들이 한국인들과 모여사는 것을 고집하는 것일 수도 있다. 외국애들은 이런 돌발행동을 잘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난 또 어쩔 수 없이 누구누구가 산다고 다 말할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이 나중에 우리집에 카운슬 택스 빌이 쌓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Council Tax를 면제받을 방법은 없는 것인가.


가장 좋은건 학생으로 쭉~ 면제를 받고 사는 것이지만 아무리 학생비자 기간이 남아있다고 해도 인정사정 볼 것 없이 학교의 공식적인 코스가 끝나는 날부터 바로 빌이 날아온다. 그럼 그 때 바로 안정적인 직장을 구해서 렌트와 생활비를 다 내고도 택스를 낼 수 있을 정도의 생활 수준이 되어야 하는데 이건 또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때 큰 딜레마를 겪게 된다. 법은 어기기 싫은데 그렇다고 생활비도 모자라는 상황에서 그 큰 돈을 매달 낼 수도 없고... 내가 한 가지 바라는 점은 학생비자가 있는 날까지만이라도 면제를 해주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물론 영국정부에서 나의 이 작은 목소리를 듣지도 않겠지만... 


나의 경험상 영국정부가 카운슬 택스에 그렇게 많이 집착을 하진 않는다. 툭하면 court, 법정으로 끌고 가겠다고 협박하지만 실제로 한 번도 그런 경우를 보지 못했으며 수없이 드나들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그 많은 인구를 일일히 다 찾아다니며 관리할 수도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잊혀지게 되는 것이 카운슬 택스 빌이다. 그래서 내가 보기엔 그 중에서도 가끔씩 내는 사람이 한 두명이라도 있으니 그거라도 받고자 저렇게 냉정하게 룰을 만들어 놓는 것 같다. 

그리고 어학연수하는 사람들이 잘 알아둬야 할 것은 6개월 이하 코스는 학생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카운슬 택스 역시 면제받을 수 없다.





택스 면제를 받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다 써보고 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 비자의 복사본까지 레터로 보내며 나의 사정을 간곡히 전달했지만 몇일 뒤 내 보이스메일에 남겨있는 목소리는 차갑고도 단호했다. '아무리 너의 학생비자 기간이 남아있어도 학교 코스가 끝났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내라.'


그리고 구글에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질문과 답변들을 읽어보며 방법을 찾아보려 했지만 오히려 상처만 받고 돌아선 기억도 있다. 왜냐하면 나같은 입장에 있는 외국인들이 '내가 이러이러한 상황인데 카운슬 택스를 꼭 내야하겠니? 어떤 방법이 없을까?' 라고 물어봤을 때 그 밑에 달리는 댓글들은 '돈 없으면 니네 나라로 돌아가라' '남의 나라에서 주는 서비스 받고 살고 있으면 세금 내는건 당연한거 아니냐' 등등... 'Go home'이라는 답변이 제일 많았기에 그 두 단어를 보며 또 한번 타향살이의 서러움을 느낀 적도 있다. 하지만 우리도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들이 저런 질문을 할 경우 똑같이 대답을 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과 똑같은 대접을 받기 원하면(똑같은 대접을 받을 수는 없겠지만) 똑같이 할 건 해야한다는 것이다. 





결론은 


본인이 정말 절대로 택스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안될 때는 어떤 방법을 써서 잠깐 피할 수는 있지만 본인이 일정한 수입이 있고 조금 빠듯하더라도 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어떻게든 내는 게 여러모로 좋다. 영국은 잠깐 들어와서 살다가 나가는 외국인들의 숫자와 유동인구가 어마어마하므로 그런 점을 노리고 이런 식으로 한 두명씩 자꾸 세금이나 밀린 요금등을 내지 않고 도망가버리면 그럴수록 외국인에 대한 제재는 더욱 더 심해지고 결국은 우리나라 전체에 대한 국가이미지마저 안좋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카운슬 택스 낼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프다... 빨리 돈 많이 벌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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