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Goldsmiths, 골드스미스 대학원 음악 전공

therealisticidealist 2013. 2. 1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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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스미스에 합격하고 출국날을 초조히 기다리던 때에,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아 잠도 못자고 인터넷을 모조리 뒤져봤지만 '골드스미스 = 파인아트'라는 인식 때문에 음악전공에 대한 글은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어 굉장히 답답했던 적이 있다. 그 때 '차라리 내가 나중에 갔다와서 쓰고 말겠다'라는 마음을 먹었고 지금 이렇게 그 글을 쓰고 있다. 




- 지금은 몇가지 코스가 더 추가되고 변경 사항이 있기에 

골드스미스 웹사이트를 꼭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http://www.gold.ac.uk/pg/mmus-composition/

http://www.gold.ac.uk/pg/mmus-sonic-arts/

http://www.gold.ac.uk/pg/mmus-popular-music/





영국의 대학원 음악과정은 크게 MA와 MMus('엠머스'라고 발음)로 나뉘는데 MA는 Mater of Arts로 리서치, 이론 등을 중점적으로 하고 MMus는 Master of Music으로 주로 실기와 테크닉 등을 배운다. 

대학원 과정은 1년에서 2년인데 실용음악이나 대중음악등은 대부분 1년이고 파트타임 2년 코스가 있지만 인터내셔널 학생들에게는 적용이 안된다. 

골드스미스에도 역시 MA와 MMus가 있는데 특히 MA 음악 리서치 부문이 유명하다. 나는 리서치에는 재능이 없고 배우지 않았으므로 내가 전공한 MMus에 대해서만 설명을 하려고 한다. 





MMus에는 





이렇게 네가지 코스가 있다. 

코스는 이렇게 나뉘어져 있지만 사실 막상 수업을 듣게되면 겹치는 부분이 매우 많아서 크게 과의 구분이 없다. 

1년간 총 네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데 Core(필수)과목은 이미 두개가 정해져 있으므로 Option(선택)과목에서 나머지 두 개를 선택하면 된다. 




영국은 학기가 총 3개의 term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 1,2 term에만 수업을 듣고 마지막 term은 논문기간이라 학교에 나갈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term 1과 2에 시간표를 잘 짜야하는데 대부분은 한 term마다 두과목씩 나눠서 듣는다. 하지만 나는 Core 두 개가 이미 term 1에 몰려있는 가운데 별 생각없이 한 과목을 더 추가했고 (사실 첫 학기에 고생좀 하고 두 번째 학기에는 편하게 놀고싶었던 마음에..) 이 선택은 나중에 과제 데드라인 6개가 한번에 몰려서 몇날 몇일 합숙생활을 하며 과제를 하고 제출 당일날에는 전날부터 밤을 쭉 새고 다음날 2시에 있던 수업도 못가고 4시까지 쉬지않고 작업해 마감 2분전에 겨우 제출하는 사태를 야기한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정보를 미리 주었더라면 나는 세 과목을 한 학기에 선택하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맨 처음 내가 세 과목을 듣는다고 했을 때 우리반 애들이 전부다 '너 괜찮겠어..?' 라고 안쓰럽게 쳐다봤지만 '괜찮아~'라고 웃어넘겼던 것이 저런 뼈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만큼 2학기는 내가 생각했던것처럼 편하게 아르바이트도 하며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학교를 딱 한 번 간다! 정말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예전에 이렇게 학교에 일주일에 한 두 번 가는 영국의 수업방식 때문에 학비가 아깝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건 본인이 그만큼 학교에서 주는 것을 110%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는 교수가 절대로 '이렇게, 저렇게, 요렇게 해봐'라고 알려주지 않는다. 대부분 주제도 자유, 형식도 자유, 표현도 자유이다. 하지만 그만큼 머리와 몸으로 직접 깨달을 수 있는 지식과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교수에게서 받은 그 아이디어를 본인만의 창작력으로 탄생시키면 되는거다. 






수업은 대부분 2시간짜리로 이루어지고 선택한 과목들 외에 일주일에 한 번, 아. 이름이 기억 안난다.. 'Studio Forum'...? 이런 비슷한 시간이 있는데 과 학생들이 빙 둘러앉아 자신의 곡을 돌아가며 들려주고 피드백을 받는 시간이다. 외국애들은 정말 자신의 의견이 뚜렷하고 그걸 거리낌없이 표현할 줄 알고 또 그런 비평과 평가를 받아들일 줄 안다. 이 시간이 수업과 과제들로 지친 나에게 그나마 가장 평안을 안겨주던 시간이었다...


교수들은 대부분 영국인들이고 진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학기가 시작되기 전 영어 공부를 최대한 많이 해서 영국영어에 익숙해져서 수업에 들어가는 것이 현명하다. 본인들 나라에서는 영어를 잘한다고 칭찬을 받던 동양아이들이 막상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친구들도 사귀지 못해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꽤 있고 심지어는 영어에 자신있다고 교만을 떨던 나조차도 첫 수업 2시간 내내 멍...하니 앉아 있었다. 영국영어를 조금 더 공부하고 입학하지 않은 것이 아직도 조금 후회가 된다. 


선택과목에서는 다른 음악과 과목도 선택할 수 있는데 나는 Composition(그냥 Composition과 Studio Composition은 매우 다르다) 과의 수업을 하나 들었다가 깊은 고난을 맛보았기에 선행지식이나 경험이 없이는 함부로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골드스미스에서는 다른 과와 콜라보레이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준다. 한 번은 Performance Writing과 Performance Making 학생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특별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해주고 Documentary & Film 학생들과의 만남도 주선해준다. 콜라보레이션을 할 때는 어떻게든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야 한다. 나는 원래 한국에서도 조별모임을 하면 뒤로 빠져있는 성격이었기에 여기에서도 조용히 있었다가 나중에야 여기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만큼 그룹원 한 명 한 명이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MMUS Studio Composition 


Studio Composition은 말 그대로 스튜디오에서 작업할 수 있는 작곡을 배우고 Composition은 조금 더 클래식 음악에 가깝다. 하지만 골드스미스의 특성상 클래식 작곡이라고 해도 컨템포러리 음악에 조금 더 중점을 두기 때문에 일반 클래식 작곡을 기대하면 안된다. Creative Practice는 굉장히 넓은 범위를 포함하고 있어서 어떻게 보면 딱히 특징이 없다. 이 코스는 어떤 특정한 분야보다는 전체적인 음악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싶은 사람들에게 잘 맞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도 말했듯이 어떤 수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겹치는 수업이 많기에 과 별로 그렇게 큰 경계는 없다. Performance & Related Studies는 악기 테크닉이나 퍼포먼스에 중점을 두는 코스라 그런지 별로 겹치는 부분이 없었다. 


대부분의 기술적인 내용은 이미 학부나 일을 통해 개개인이 습득해왔다는 가정하에 생략된다. 내가 다닐 때는 프로툴을 접해보지 않은 학생이 많아서 프로툴 기초 강의를 따로 해준 적은 있지만 그 외에 다른 기술적인 부분은 거의 다루지 않고 대부분 이론과 개념등을 배운다. 예를 들어 어떤 주제를 주고 곡을 써오라는 과제를 내줬을 때 어떤 프로그램을, 어떤 테크닉, 어떤 악기를 쓰는가는 본인의 자유에 맡겨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입학해서 가서 직접 배우면 되지~'하는 마음으로 기술적인 부분을 간과하고 들어왔다가는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어떻게보면 이 부분이 이 전공의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 나에게 '너네 학교는 딱 굶어죽기 좋은 내용을 가르치는 학교야'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이 참 와닿았다. 그렇기에 더더욱 부수적인 것들은 본인이 알아서 실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일반적인 테크닉이나 대중음악, 커머셜 음악등을 기대하고 왔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앞서 말한 분야들을 공부하고 싶다면 골드스미스 보다는 LCM(London College of Music)이나 그 산하인 Tech Music School, 정통 클래식 음악을 배우고 싶다면 RCM(Royal College of Music)이나 RAM(Royal Academy of Music), 재즈음악이나 실용음악을 원한다면 Guildhall이나 LIPA등이 더 적합하다. 





입학을 위해 필요한 것들


 입학할 때 제출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 SOP(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이다. 나는 자기소개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같은 경우는 대학교때 전혀 다른 전공을 했으므로 남들에 비해 실력으로나 경력으로나 많이 부족했고 특히나 실험음악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내가 중점적으로 신경을 쓴 것이 바로 자기소개서인데 최대한 나의 장점과 열정을 살려 교수들에게 어필했다. 우리나라에서 입사할 때 쓰는 자기소개서같이 딱딱하고 형식적으로 쓰는 것은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남들과 똑같이 할 수 있어요'라기 보다는 본인의 개성을 드러내고 본인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드러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포트폴리오는 어떤게 합격되고 어떤게 불합격되는 기준인지 말하기는 확실하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포트폴리오에서도 열정과 개성이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가끔 한국 대중가요나 홍대에서 흔히 들릴법한 어쿠스틱한 곡들을 제출하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그게 교수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웬만하면 많은 현대음악과 일렉트로닉 음악을 듣고 공부해보고 어느정도는 그런 곡들을 레퍼런스로 삼으며 상반된 곡 두 세개를 제출하는 것이 가장 좋다. 


나는 브라스, 클라리넷, 마림바등의 악기들에 신디사이저, 일렉트릭 베이스 등이 첨가된 오케스트라 형식의 곡 하나와 보컬이 들어간 일렉트로닉 팝 스타일의 곡 두 개를 제출했다. 두 곡 모두 컴퓨터로만 작업했고 미디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믹싱과 마스터링은 전문가에게 맡겼다.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맡겼을 경우 그 사실을 기재하는 것이 좋다) 내가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믹싱, 마스터링이다. 아무리 작,편곡이 잘 되어 있어도 그 곡들이 제대로 믹스되어 있지 않고 따로 따로 놀고 있다면 원래 기대했던 효과를 주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믹싱, 마스터링에 자신이 있지 않는 이상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 곡들에 대한 설명(Commentary)를 작성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본인이 왜 이 곡을 이렇게 썼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으며 어떤 방법으로 그걸 실현시켰는지 등을 잘 설명하면 된다. 


이렇게 말로 설명을 하니 굉장히 까다롭고 대단한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입학기준은 그리 까다롭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미국과 다른 유럽권 국가의 학교들은 한국 대학교들과 다르게 입학하는 것 보다 졸업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 특히나 HOME이나 EU학생들보다 두 배 이상 많은 학비를 내는 인터내셔널 학생들을 학교가 마다할리가 없다. 하지만 본인이 수업을 잘 따라가고 싶고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런던에서 학사나 석사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다들 정말 바쁘고 정신없이 지낸다. 그만큼 학교에서 요구하는 수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높다. 










입학하기 전 담당교수가 이메일로 미리 읽어보고 오라고 추천해준 책으로 교보문고에 하나 남아 있던걸 사온 것 같기도 하고 아마존에서 구매대행으로 산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내용이 너무 많아 아직 끝까지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정말 괜찮고 유용한 책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대충 학교에서 어떤 스타일을 원하고 어떤 분야를 다룰지에 대한 이해가 어느정도 생길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대중적인 또 상업적인 음악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골드스미스는 맞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이걸 배우려고 이 돈을 내고 왔단 말이야?' 라고 불평만 하다가 돌아갈 수가 있다. 골드스미스의 대학원 음악과정은 새로운 것, 한국에서는 접하지 못해봤던 넓은 음악 세계, 소리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실험들 등을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이 글을 통해 골드스미스에서 음악을 전공하기 원하는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이 해결되고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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