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5년만에 다시 방문한 런던 I

therealisticidealist 2019. 1. 2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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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한국으로 돌아오고 2013년 런던에 3주간 한 번 더 갔었다. 그 이후로 유럽을 두 번이나 더 갔었는데 런던은 못들렸던 슬픈 기억.... 두 번 다 일 때문에 간거라 비록 같은 유럽대륙에 있다 해도 내 임의로 다른 나라를 경유하거나 들를 수 없는 일정이었다.

세어보니 이번에 간 게 벌써 5번째 유럽행이었다. 미국쪽은 그렇게도 갈 일이 안 생기고 갈 기회가 있다해도 사정이 생겨서 못가게 되는데 자의반 타의반 유럽만 이렇게 자주 오게되다니 역시 나는 유럽과 인연이 있는가보다. 비록 아메리카 대륙은 아직 못가봤지만 난 유럽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괜찮다!

이번 여행은 도하를 경유해 런던에서 2박 3일, 영국의 중소도시인 바스에서 4박 5일, 그리고 베를린에서 3박 4일의 일정으로 길지 않은만큼 매우 빠듯했다. 



첫날엔 패딩턴에 있던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메릴본 Daunt Books에 갔다. 런던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서점은 덴마크 스트릿에 있는 Foyles인데 이번엔 못가게 되어서 그동안 가보고 싶던 Daunt Books로 대신했다. 명성대로 동화속에 나올 것 같이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생각보다 규모는 크지 않았고 관광객들이 많이 오다보니 서적의 종류도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것들이 많았다. 내가 Foyles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한 예술분야 서적이 많아서인데 Daunt Books에서는 그런 류의 서적은 많지 않았다. 여기에서 한 권당 1파운드씩 하는 미니북 두 개를 샀다. Jean Rhys와 Francois Sagan의 단편집인데 아직 다 읽어보진 못했다.



둘째 날엔 이른 오전 하이드 파크에 갔다. 역시 걸어서 갔다. 숙소를 패딩턴에 잡은 이유가 위치 때문이었는데 아주 좋은 호텔에 묵지 않는 이상 다음엔 패딩턴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어느 도시나 교통이 편한 도심은 지저분하고 시끄럽기 마련이다. 



런던의 공원은 진리다. 매일 와도 지겹지 않을 듯한 풍경을 갖고 있다. 런던의 공원들은 잡다한 표지판이나 안내문구들이 없어서 더 좋다. 



하이드파크에서 옥스포드 써커스까지 걸어갔다. 옥스포드 써커스 사거리에 있는 나이키 매장에서 이 레어한 에어맥스97을 발견했는데 한참을 고민하고 결국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직까지 후회하고 있다.

코벤트가든까지 또 걸어가서 갤러리에서 일하는 아는 오빠의 친구를 만나 함께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런던에서의 생활이야기를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때쯤 포켓와이파이 배터리가 시들시들해지더니 결국 꺼져 버렸다. 비까지 오면서 그 이후로 고생 많이 한듯... 



마지막 일정인 쇼디치로 가는 길에 바비칸 센터에 잠깐 들렀다. 전에 예술의 전당에서 바비칸 센터장이 와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아트센터 주변을 두르고 있는 레지던스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으로 찾아봤었는데 한 눈에 반해버렸었다. 그리고 실물을 보고 더 더 더 반해버렸다. 



분명 런던인데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에 나올 것 같은 이 분위기. 먼 훗날 런던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살고싶은 곳 1순위이다. 바비칸 아트센터엔 길드홀 음악학교도 있다. 골드스미스 다닐 때 여기에서 조별 리허설을 했었는데 왜 그 때는 이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는지 아쉽다. 



드디어 쇼디치 도착! 쇼디치에 오면 마치 홍대에 온 것처럼  젊어지는 기분이다.  



런던에 살 때 친구와 밤늦게 이 길을 걸은 적이 있는데 어떤 남자가 자전거를 처음에 50파운드에 판다고 했다가 안산다고 하니 그 다음엔 30, 20, 그러더니 나중엔 5파운드까지 가격을 낮췄다. 진심으로 살까도 고민했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저 사람은 약을 사기위한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훔친 자전거를 저렇게 싸게 파는거라며 얼른 날 데리고 그 자릴 떴다. 어쩐지 눈이 많이 풀려있더라... 역시 런던이나 유럽에서 밤 늦게 돌아다니는건 금물. 



Vinyl을 파는 Rough Trade 구경도 하고. -사실 쇼디치는 빈티지 쇼핑하러 가는건데 몇 년 전에 비해 모두 비슷비슷한 옷들밖에 없고 가격도 비싸서 이번엔 실망만 하고 돌아왔다. 마치 도쿄로 빈티지 쇼핑을 갔을 때 프랜차이즈화 되어버린 빈티지샵에 실망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일지도.


 

난도스도 가고. 난도스 소스가 어찌나 그리웠던지! 배를 채우고 나오니 이미 깜깜한 밤이 되어 있었다. 너무 많이 걸은 탓에 정말 많이 지쳐 빨리 숙소로 돌아가고싶은 마음뿐. 



안그래도 지치고 피곤한 상태인데 패딩턴 역에서 출구를 잘못 나와서 화가 나려던 찰나, 이런 아름다운 풍경이 눈 앞에 있었다. 



패딩턴 역 뒤쪽 출구와 연결되어 있는 카날(운하)로 나중에 지도에서 찾아보니 Little Venice였다! 몇 년 전 갔던 베니스가 너무 그리웠는데 이렇게라도 경험할 수 있게 되다니. 그 다음날부터는 일부러 조금 더 걷더라도 이쪽 출구만 이용해 몇 번씩 이곳을 드나들었다. 패딩턴 동네는 마음에 안들었지만 우연히 발견한 리틀 베니스 하나로 모든 불만이 다 사라진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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