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동 [이상의 집] 오프닝 기념 공연

therealisticidealist 2014. 3. 2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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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천재시인으로 불리우는 시인이자 소설가이다. 우리나라 문학 역사에 있어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인물로 영화 <은교>에서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는 '이상 문학상'의 장본인이다. 은교 얘기를 하고보니 기억나는 것이 신기하게도 은교에 출연했던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 박해일씨가 우리 다음 팀 공연에 참여해 인사를 나누는 영광을 갖게 되었다. 

이 공연을 계기로 이상의 작품을 몇 편 읽어보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에 이리도 솔직하고 아이같이 순수하면서도 데카당스가 스며든 글을 쓴 인물이 있었다는 것이, 아니 그런 인물을 이제야 알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약 한달 전, 싱가폴에서 정신 없이 놀러 다니고 있을 때 공연 연락을 받았다. 2주 정도 남은 공연이 있는데 음악을 맡을 생각이 있느냐고. 잠깐 생각을 해보았다. 2주면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싱가폴에서 한량처럼(그래봤자 고작 일주일이었지만) 놀러다니다 보니 얼른 빨리 한국에 돌아가 곡 작업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터라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기에 덥썩 물었다. 그리고 '이상의 집' 리모델링 기념으로 열리는 행사의 오프닝 공연이었기에 더욱 놓칠 수 없는 공연이었다. 더군다나 영문학이 아닌 국문학은 중학교때 읽던 박완서님의 소설들 외에는 별로 접해본 일이 없었기에 이렇게나마 가까워지고 싶었다.

또 하나 좋았던 점은 이상의 집은 내가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효자동에 있다는 것. 경복궁역 2번 출구에 있는 우리은행 골목으로 들어가면 바로 있기 때문에 찾아가기도 쉽다. 다만 워낙 자그마하고 간판도 아기자기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칠 수도 있다. 







정면에서 본 이상의 집 모습. 이렇게 앙증맞으니 못보고 지나칠 법도 하다. 딱 한사람이 살기에 적당한 아담한 크기의 주방과 거실/방, 마당(마당이 있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밑의 사진에 보이는 은행금고의 문같이 생긴 커다랗고 무거운 문을 열고 올라가면 나오는 손바닥만한 테라스!!






이상이 실제 여기에서 살았었다고 하니 더욱 애착이 가고 신기하기도 하다. -이곳은 이상이 연인 금홍과 운영하던 제비다방이었다. 이곳에 산다면 이상의 기운을 받아 영감이 마구 떠오를것 같은 기분 또는 희망사항. 





공연 전날, 연주자들까지 모두 모여 전체 리허설 중. 힘들게 악보를 다 그려왔건만 한 번 악보를 보고는 '필요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연 당일 나의 손때가 묻은 악보들은 바닥에 뒹굴뒹굴..

안무 역시 즉흥이었기 때문에 연주도 움직임에 따라 그때 그때 맞춰가기로 했다. 





근처에 괜찮은 카페가 너무 많아서 리허설 중간 중간 시간이 남으면 카페에 가서 잠깐 앉아 있다 오기도 하고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통인시장에서 그 유명하다던 기름 떡볶이도 먹어보고 리허설 기간 동안 거의 효자동 관광을 한 듯하다. 사진속의 카페는 우리은행이 바로 보이는 경복궁역 근처 '자연의 길'이라는 카페. 조용하다는 것과 큰 창이 있다는 것, 또 하나 나에게는 아주 중요한 충전기를 꽂을 콘센트가 창가자리마다 있다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하는 공연은 약 15분 정도로 이루어진 영상, 움직임, 음악이 어우러진 공연이었다. 이상재단을 후원하는 후원자들 4,50명 정도를 관객으로 작은 공간을 꽤 알차게 이용해서 재미있게 끝낼 수 있었다. 공연의 전체적인 내용은 이상의 단편 소설 `날개`를 주제로 만들어졌고 음악 역시 날개를 주제로 작곡되었다. 나는 영어로 번역된 번역본을 읽으며 작업 했는데 번역이 정말 깔끔하게 적절하게 잘 되어있어서 감동받았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 아주 유명한 번역가 선생님이 맡아서 하셨다고 한다. 





사진은 공사가 막바지에 접어 들었을 때와 공연 전날 조명과 악기를 설치하는 모습. 





4월 중순에는 이상의 기일을 맞아 한 번더 공연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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