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첫 단추를 끼울 영화를 고르려하니 보고싶은 영화가 너무 많아 애를 먹었다. 내 욕심을 따르면 도저히 시작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아 내가 학생들에게 학습용으로 추천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애니메이션을 추천하는 이유는, 애니메이션은 일반 영화에 비해 주로 내용이 무난하고 재미있으며 발음도 정확하고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 수준의 어휘를 쓰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역시 좋은 수단이지만 다큐멘터리는 지루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전에 시청했던 <페르세폴리스>,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 <밤의 이야기>등을 다시 볼까도 생각했지만 왠지 새로운 작품이 보고 싶었다. 왓챠플레이에는 넷플릭스보다 양질의 프랑스 미디어가 훨~씬 많아서 왓챠플레이를 이용했다. 그리고 나의 선택을 받은 작품은 2015년에 개봉된 <Tout en Haut du Monde(사샤의 북극 모험)>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짜 재밌다! 북극 탐험을 위해 떠났던 할아버지가 실종되고 할아버지와 함께 침몰했다고 알려진 배 '다바이호'를 찾기 위해 손녀 사샤가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역시 유럽의 애니메이션 강국답게 퀄리티가 매우 뛰어나다. 프랑스어 공부 목적이 아닌 재미 목적으로 봐도 전혀 손색이 없다.
재미면에서는 백점 만점이지만 공부 면에서는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안들릴 수 있다니!! 학생들이 내가 추천해준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보고 오면 항상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안들려요'라고 했는데 그때마다 안들릴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이 한없이 부끄럽다. (학생분들께 사과를 전한다) 프랑스어의 악명높은 연음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충격적일 정도로 잘 들리지 않았다.
프랑스어 자막으로 한 번씩 더 확인하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을테지만 한글 자막밖에 없었기에 일단 문법적, 구조적으로 완벽하게(적어도 내 생각에) 알아들을 수 있는 문장들을 일단 모두 받아적었다.
영화 속 문장
1. Qu'est-ce que tu lit? 뭐라고 쓰여있지?
의문문을 만드는 'Qu'est-ce que'와 tu lit(you read)가 합쳐진 '네가 무엇을 읽고 있니'가 의역되어 뭐라고 쓰였냐 묻는 말이 되었다.
2. Mais c'est tellment beau. 근데 정말 아름답단다.
프랑스 사람들은 문장 앞에 'mais'를 정말 많이 쓰는듯하다. '매우'라는 뜻의 부사 'tellement'도 단골로 등장한다.
3. Quel joli couple? 참 잘 어울리지 않소?
간단해 보이는 이런 문장이 리스닝에서 더 까다로운 이유는 남성형/여성형 명사에 따라 그에 맞춰 함께 변하는 이외 문장요소들 때문이다.
'Couple'이 남성형인지 여성형인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Quelle jolie couple'인지 'Quel joli couple'인지 알 수가 없다.(발음이라도 다르면 구분이라도 할텐데...)
찾아왔더니 심지어 쓰임새에 따라 다르다......... 이래서 다른 언어에 비하면 영어가 쉽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문맥에서는 '남녀 한 쌍'을 뜻하므로 남성형 명사다.
4. C'était comment? 어땠어?
영어의 be동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est'를 과거형으로 만들려면 'était'를 쓰면 된다.
5. Je comprend rien. 뭔소리야
직역하면 'I don't understand anything'. 'Nothing'이라는 뜻의 'rien'을 써 '아무것도 이해 못하겠다' 즉 '뭔소리냐'는 뜻.
6. Comment pensez vous? 어떻게 생각하시오?
'How'와 동일한 역할을 하는 'comment'.
7. Nous partons. 갑시다.
아 프랑스어... 주어가 복수면 동사도 복수형으로 바뀐다. 여기까진 괜찮다. 하지만 복수도 1인칭인지 2인칭인지에 따라, 또 이런저런 규칙에 따라 모두 바뀐다. (동사 하나로 통하는 영어가 참 쉽게 느껴진다)
8. Est-ce que je peux vous aidez? 도와드릴까요?
아직도 의문문은 헷갈린다. 어쨌든 'est-ce que'를 앞에 붙이면 의문문이 된다. 문장을 이어서 발음하려면 혀가 마구 꼬인다.
9. Je te promet. 약속하마.
거의 비슷한 어순을 가진 영어와 몇 가지 다른 어순의 한 예이다. 기본적으로 '주어+동사+목적어(I promise you)'로 이루어진 영어 문장과 달리 프랑스어는 '주어+목적어+동사'의 구조를 가진다.
10. On y va? 갈까요?
'갈까요?'도 되고 'let's go'도 되는 'on y va'는 함께 탐험에 나선 선원들에게 선장이 자주 쓰는 말이다.
11. Rentrer chez moi. 집으로 돌아가야죠.
'~의 집'을 뜻하는 'Chez + 목적어'는 우리나라 간판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12. Qu'est-ce que tu fait là, toi? 너 여기서 뭐하니?
'What are you doing?'의 의미인 'qu'est-ce que tu fait?'은 무조건 외워두기.
13. Mon frère a raison. 내 동생 말이 맞아.
또 독특하다고 생각했던 문장구조인데 소유격 'avoir'와 함께 'raison'을 쓰면 'be right'의 의미가 된다. 직역하면 '이성을 가졌다', 즉 '맞다'라는 뜻.
14. Il faut partir immédiatement. 지금 당장 떠나야 해.
중요한 표현인 'it faut~'. '반드시 ~해야한다(it is necessary to)'의 뜻으로 매우 자주 볼 수 있다.
1시간 20분짜리 영화중 겨우 14개 문장을 적었을 뿐인데도 매우 지친다. 하지만 오랜만에 뇌가 제대로 일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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