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듣기

Isao Tomita 이사오 토미타

therealisticidealist 2013. 7. 3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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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ao Tomita







내가 요즘들어 가장 빠져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이다. 그래서 요즘 런던에서 사온 책들 몇 권을 쭉 살펴보고 있는데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이름이 Kraftwerk, Tangerine Dream 등과 함께 바로 Isao Tomita이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워낙 전자음악 쪽에서 강세였으니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사실 이사오 토미타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요즘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의 음악세계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있는 중이다.

이사오 토미타 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나 Moog III Synthesiser를 세계최초로 개인적으로 구입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타이틀을 가가지고 있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 길이 길이 역사에 남으니까.. 그 사실을 알고나서 속으로 '그래.. 돈이 많으니까 그 시절에 그런 좋은 악기로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전재산을 다 합치고 거기에 빚까지 져서 겨우 산것이라고 한다... 이런 정신, 정말 본받을 만하다. 본인이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 있었으니 이렇게 대담하게 투자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원래 문학도였고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던 토미타는 -앗 나와 똑같은 배경이다- Moog III의 사용과 함께(또 여러 뮤지션들의 영향으로 인해)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전향해 이미 현존하는 음악들의 편곡을 시작한다. 그렇게해서 수없이 많은 곡들을 일렉트로닉으로 편곡한 앨범들을 계속해서 발매하는데 여기에서 내가 한가지 의아했던 점은 왜 본인의 곡을 직접 작곡하지 않고 왜 계속 다른사람들의 곡들을 편곡할까 하는것이었다. 왜냐하면 편곡한 앨범만 들어봐도 본인이 작곡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게 된 그 이유는 그의 말을 빌리자면 자신은 새로운 음악을 작곡하는 것보다는 이미 있는 음악을 새로운 소리를 표현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게해서 1974년 탄생된 드뷔시의 곡들을 신시사이저로 편곡한 -거의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Snow Flakes are Dancing'은 전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드뷔시의 팬인데 나같았으면 그 복잡한 음악을 편곡하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았을 것 같다... 대학원 시절 학교에서 드뷔시 음악을 편곡해오라고 과제를 내준적이 있는데 중도포기한 적이 있을 정도로 물 흐르듯 지나가는 박자, 리듬, 화성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걸 전자음악으로 편곡했으니 당연히 세간의 화제가 되었을테고 퀄리티 또한 뛰어나니 성공을 할 수밖에. 






1984년 오스트리아에서의 라이브 공연 영상. 80년대의 공연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기술과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 이후로도 스트라빈스키의 Firebird와 파헬벨의 캐논 등 유명한 클래식 음악들을 편곡했으며 발매하는 음반들마다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어 -음반작업과 더불어 일본의 TV 음악도 계속 만들었다고 한다-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음악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대목이 제일 부럽다) 여태까지 무려 스무장이 넘는 앨범을 발매했다고 하니 새로운 사운드를 창조해내는 창의력 못지않게 그 꾸준함과 성실함 또한 칭송받아 마땅하지 않을까싶다.





그는 라벨의 곡들도 많이 편곡했는데 내가 라벨 음악 중 가장 좋아하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역시 신스사운드로 새롭게 편곡했다.


들으면 들을수록 닭살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솓아나는 음악이다.





이사오 토미타가 무슨 음악을 하는 사람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의 앨범을 무턱대고 들어본 사람들 중 분명 '귀신 튀어나올것 같은 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가끔가다 진짜 그런 소리가 있기도 하지만 음색 하나하나들을 따로 또 같이 자세히 들어보면 어떻게 신시사이저를 이렇게 조화롭게 활용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신스사운드의 아름다움이 느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Wendy Carlos의 바흐 앨범보다 토미타의 라벨 앨범이 훨씬 더 감동적이다. 부드러운 리드,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신스 패드 위에 가끔씩 재치가 넘치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소리들도 튀어나오는, 예상을 뛰넘는 기발한 편곡이 토미타 음악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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