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Audio Prokeys Sono 88
어렸을때부터 피아노를 사랑해 온 나에게 한국을 떠나며 마스터 키보드였던 커즈와일 SP88X를 두고 오는건 매우 마음 아픈 일이었다. 허나 SP88X는 20kg가 넘는 무게로 한국에서 공연다닐 때 한 번 가지고 가려면 두 세명이 힘을 합쳐 택시를 타고 다녀야 했고 거기다가 치지도 않는 기타를 굳이 가져가겠다고 우겨서 그것까지 어깨에 메고 가는 마당에 절대로 가져갈 수는 없는 일. 그렇다고 여기에서 SP88X에 버금가는 해머터치의 88 건반을 사는것은 언제 어디로 이사를 갈 지도 모르는 런던에서 이사를 갈 때마다 옮기고 다닐 수도 없을뿐더러 또 언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무턱대고 비싼 걸 살 수도 없었다.
하지만 난 그당시 곡을 쓰려면 거의 80프로 이상은 키보드 앞에 앉아있어야 곡이 나왔고(나온다고 생각했고) 무조건 키보드로 작곡을 해야 한다는 어떤 obcession 같은게 있었다. (하지만 미디도 마우스로, 아니면 대부분은 오디오 편집으로 작업을 하는 지금 이 아이는 장식용, 가끔씩 빨래건조대 또는 책장 용도로 쓰인다)학교에서 과제는 내 주고 손가락은 굳어가는 것 같아 연습도 해야하겠고 가끔씩 울적할땐 그저 아무거나 두드려 보고 싶은데 키보드가 없으니 정말 답답해 미칠 노릇이었다. 가끔 학교 연습실이나 스튜디오를 빌려서 대리만족을 하긴 했지만 제대로 부킹 한 번 하려면 일주일 전부터 줄을 서야하고 예술학교치고는 턱없이 부족한 연습실 때문에 나만의 키보드가 최대한 빨리 필요하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그렇게 기나긴 리서치 끝에 좁혀진 후보는 M Audio Prokeys Sono 88과 동회사의 Keystation 88es.가격만 봤을때는 Keystation이 약 £100 저렴하여 어떻게든 돈을 아껴야 하는 상황에 구미가 땡겼지만 내장음색이 전혀 없는 순전한 미디 컨트롤러(컴퓨터와 연결하여 악기를 연결해줘야만 소리가 난다)로 가끔 기분이 내킬때 피아노를 뚱땅거리는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 기본적인 피아노, EP, String 등 7개 음색을 내장하고 있는 Sono 88로 결정했다.
처음엔 중고로 사려고 거래하는 장소까지 한시간이 넘게 걸려 갔지만 돈을 건네주기 직전 볼륨 부분 노브가 빠져 있는 것을 보고 결국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새 제품을 사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중고를 사기가 꺼려진다) 약 £300(당시 환율로 54만원 정도)에 산 것 같은데 솔직히 기억이 잘 안난다. 확실한건 한국에서보다는 훨씬 저렴하게 샀다는 것.
한국에선 지금도 최저가가 70만원 정도인 점을 봤을때 (심지어 중고도 5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외국에서 악기를 구입할 때 어떤 브랜드가 현지에서 더 싼지 알아두면 매우 유용하다. 서스테인 페달의 경우 대부분의 키보드와 호환되는 커즈와일 KP-3는 한국과 가격이 비슷하길래 한국에서 먹을거리를 소포로 보내줄 때 하나 사서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페달 살 돈을 아끼기 위한 핑계...)항상 일반 피아노 아니면 해머터치 건반을 사용해 오던 나에게 semi-weighted 터치는 그닥 만족스럽지 않다. 가격과 무게를 생각하면 만족해야만 하지만.... 집에서 간단하게 연습용으로 쓰거나 미디 컨트롤러로 쓰면 크게 문제는 없지만 절대로 피아노의 무게감있는 키를 기대하면 안된다. 그리고 모니터 스피커나 헤드폰의 음량을 작게 조절해놓고 친다면 건반이 가벼워 위로 튕겨오르는 느낌이 들면서 건반 때리는 소리가 매우 크게 들려서 밤에 치면 플라스틱 쾅쾅거리는 소리가 음악소리보다 더 크게들린다. Velocity-sensitive라고는 하지만 그다지 센서티브 하지는 않다. 아주 조용한 곡을 친다면 소리가 안나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이것도 나중엔 다 적응이 된다. Sono 88의 장점은 위아래 넓이가 다른 키보드 들에 비해 눈에 띄게 좁아 공간활용에 좋다. 하지만 이 점은 전체적인 길이를 더 길어 보이게 하는 시각적인 효과를 주기도 한다.
내장음색들은 '가격대비' 괜찮다. 생각해보면 Sono 88은 모든게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가격과 휴대성에 비해 괜찮은
기능들을 제공하는 것 같다. 나중에 더 좋은 걸로 갈아타기위한 정류장 역할로, 또는 그저 집에서 뚱땅거릴 연습용, 컨트롤러 키보드
역할로는 딱이다. 무게는 살짝 버겁지만 여자 혼자 들기에 아주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는 남들보다 힘이 세기에 혼자 잘
들고 다녔다) 길이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많이 불편하다. USB로 전원이 공급되고 따로 파워 아답터도 있다. USB와
미디 케이블 모두 연결할 수 있으며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내장되어 있어 따로 드라이버를 설치하지 않아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지금은 단종되었는지 파는 곳을 몇 군데 찾아볼 수가 없다. 예전보다 가격도 조금 오른 것 같고...난 단종된 제품에 갑자기 애착이
가는 경향이 있어(내 흰둥이도 단종모델 ㅜ) 조금만 더 아껴줘서 써야겠다.
결론은,
가격대비 굿! 실용성, 휴대성도 굿! 그러나 너무 큰 기대는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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